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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기고]역사의 단절과 왜곡의 후유증
  • 안산신문
  • 승인 2022.10.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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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석<경기TP 전략사업본부장>

 동학운동의 창시자인 수운 최재우 선생이 쓴 한글가사 ‘도덕가’(1863년作)에 이런 글이 있다.
“아는바가 천지(天地)라도 경외지심(敬畏之心) 없으니 아는 것이 무엇이며, 천상의 상제님이 옥경대에 계시다고 보는 듯이 말을 하니 음양이치 고사하고 허무지설(虛無之說) 아닐런가. 한나라 무고사(巫蠱事)가 아동방에 전해와서 집집마다 위한 것이 명색마다 귀신일세. 이런 지각(知覺) 구경하소 천지역시 귀신이요 귀신역시 음양인줄 이같이 몰랐으니 경전을 살펴 무엇하며 도와 덕을 몰랐으니 현인군자(賢人君子) 어찌알리.” 과거 150여년 전의 글이다. 그런데 이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면 현재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 
 현대인은 과학문명과 지식이 풍부하고 넘쳐난다. 아는바 천지라는 표현 그대로다. 그러나 무한경쟁시대 서로의 존중이 없으니 그 무슨 소용이냐란 뜻과 같다. 서학에서 절대자 하나님이 계시다고 확언하니 동양정신으로 판단할 때 자연이치를 어긋난 헛된 생각이라고 음양이론을 동원해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옛날 중국 한나라 말기에 수십 만 명의 목숨을 빼앗은 무고지화와 유사한 사이비 신앙이 가가호호 들어와 있음을 한탄하고 있다. 아동방이란 그 당시 조선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천지 운행의 법칙을 잘 모르면 경전 공부도 소용없다. 또한 음양의 이치에 따른 도와 덕을 모르게 되어 현명한 사람도 알 수 없고 따를 수도 없다는 생각을 수운 최재우는 4.4조 음률로 노래하고 있음이다.
 이러한 최수운의 판단이 현재 시사하는 점은 이렇다. 먼저 현대가 정보화 지식사회이지만 올바른 정보가 많은지 아니면 편견과 왜곡된 정보가 더 많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자주성에 입각하여 문명의 현대화를 도모하고 발전시키지 못하면 구한말처럼 외세의 침탈과 사대주의적 문화가 사회를 잠식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예로부터 귀신이란 동양에선 천지운행의 기운을 뜻하지만 서구 종교에 의한 악마, 사탄, 고스트(ghost)개념으로 치환된 사례는 매우 잘못된 개념의 변화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넷째 동양에서 강조하듯 인간된 도리를 모르면 공부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냐는 뜻을 볼 때 현대의 머리 우수하고 학력좋은 지식인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헤아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섯째 요즘 흔히들 어른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 시대의 정신적 지주가 될 만한 리더, 선각자의 부재가 안타까울 뿐이다. 끝으로 역사의식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는 교훈을 우리나라 현대인들이 정말로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지 많이 아쉬운 상황이란 점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속에서 면면히 이어온 정신이 끊기고 맥박이 희미하다. 때문에 백성과 민중의 바램과는 다른 강자 위주의 역사 기술이 얼마나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고유한 자주성을 빼앗고 의존적인 역사관을 심은 내적, 외적 상황은 우리 사회의 성숙한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 원인이라 여겨진다. 그러한 비주체적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잊혀진 선조님들의 사상을 다시 폭넓게 조명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 여기에 최수운의 한글가사 하나를 예로 들었지만 어디 그분뿐이겠는가? 무수한 침략을 막아내고 한반도의 자주성을 지켜온 조상님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게 많고 많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우리는 고구려, 고려, 조선과 일제 강점기,그리고 해방이후의 선각자들이 주창하신 내용들이 무엇인지 회자되고 교육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역사의식이 쇠퇴해서인지 아니면 역사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깍아내린 결과인지는 모르나 역사관이 희박해지고 왜곡된 정도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얼마 전 유력 정치인의 역사인식을 반영한 발언이 기억난다. 그것 또한 왜곡된 역사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결과일 뿐이다. 이제라도 우리 선조들에게 이어져온 정신세계인 푸르른 하늘처럼 높은 기상, 그리고 한없이 귀하고 외세가 따라올 수 없는 자주적 역사성을 다시금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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