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지혜>

나무 의사인 저자 우종영은 천문학자가 꿈이었지만 색약 판정을 받았다. 고등학교까지 그만두고 정처 없이 방황하다 우연한 기회에 도제로 들어간 원예농장에서 평생직업을 만났다. 농장에서 함께 일했던 노인은 ‘나무를 옮길 때는 나무가 이사하는지 모르게 하라’, ‘나무를 자를 때는 먼저 물어봐라’ 등 나무 입장에서 먼저 바라보라고 일렀고, 노인의 말은 평생 신념이 되었다. 

나무의 성장 과정을 바라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P15)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숙제인 현대인에게 오늘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문장이다. 인간은 오래 살아야 백 년을 살지만, 나무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까지 살 수 있다. 나무가 오랜 세월을 살아낼 수 있는 이유는 걱정 또는 불평불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고, 나무 의사는 나무를 살린다. 그런데 나무 의사는 나무를 돌보는 동안 자신도 살리고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까지도 살리고 있다. 숲 해설가 양성 과정 중 약간의 장애가 있는 어눌한 남성을 만났을 때도 그는 숲의 공평함을 생각하며 편견을 갖지 않고 질문한다. “거기, 젊은 예비 숲 해설가님, 나무와 사람의 차이가 뭘까요?”라고 일반 수강생과 똑같은 질문을 하자 “나무는 싸우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는 예비 해설가. 그 스승에 그 제자이다. 만약 저자가 나무를 돌보지 않았고, 숲을 관리하지 않았다면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 의사에게 공평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매일 산책길에서 만나는 나무를 보며 ‘얼마나 아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꺾이고 베이고 부딪히며 자란 나무를 볼 때는 특히 마음이 아프다. 만약 사람의 몸이 저렇게 꺾인다면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불편함을 장애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나무들은 어떤 나무에도 장애라는 편견을 갖지 않고 함께 숲을 이룬다. 아무리 큰 나무라도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면 잘 자랄 수 없다. 또, 나무는 자신의 능력보다 더 크기 위해 욕심내지도 않는다. 주변 나무와 어우러지게 클 줄 아는 나무들의 성장 이야기는 ‘나’라는 나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나무라고 통칭하지만 모두 이름이 있고 좋아하는 환경도 있다. 우리도 모두 사람이지만 자신만의 특성이 있다. 나무의 특성을 알아가며 자기에게 맞는 받아들임과 비움에 대해 고민할 수도 있다. 저자는 ‘나만의 룰’을 만들라고 권한다. 그걸 하면 즐겁고, 그걸 하면 행복해지고, 그걸 하면 왠지 마음이 뿌듯한, 바로 그걸 찾아보라고 얘기한다. 나만의 룰을 찾는 방법은 뿌리를 아는 일부터다. 나무도 특성이 있듯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나무처럼 평온한 오늘을 말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버티는 도심의 나무부터 몇백 년을 인간과 함께하는 고목까지 그의 손을 거쳐 되살아난 나무는 수천 그루라고 한다. 어떻게 돌보는 나무마다 그렇게 잘 살려 내느냐는 질문에 “위태롭던 그의 삶을 붙들어 준 나무에 대한 보은이자, 과거의 자신이 그랬듯 시련 앞에 고통받는 생명을 보살피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나무를 보살피는 일은 곧 자신을 보살피는 일이었다. “세상 그 무엇에게도 해를 끼지치 않고, 존재 자체로 작은 평안을 가져다주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 지금 이 순간을 최대치로 살아내는 나무들. 인생의 어려운 질문에 부딪칠 때마다 나무에게서 해답을 얻었다는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인 나무의 깊은 지혜를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다.”

책을 덮으며 ‘나무의 가장 큰 지혜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나무 의사라는 새로운 명함을 갖게 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인생에서 정말 좋은 일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기에, 값지고 귀한 것을 얻으려면 담금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좋은 일이 갑자기 찾아오면 노력이나 인내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힘이 들어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앞날이 답답하거나 지쳐있다면 나무 의사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를 통해 기다림과 인내의 지혜를 배워보기를 권하고 싶다. 

신다미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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