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허균의 《홍길동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이다. 부패한 사회를 개혁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허균의 사상이 소설 전반에 흘러넘치고 있다. 적서차별 등의 신분적 불평등과 탐관오리들의 부패상, 썩은 정치와 헐벗고 주린 백성들의 천태만상 등. 당시 조선 시대의 썩을 대로 썩은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사회고발 소설이다. 홍길동이 활빈당의 당수를 자처하며 탐관오리들의 재물을 탈취, 빈민들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은 가슴 속까지 시원할 정도이다. 활빈당 발톱의 때도 못 따라가는 현 시국의 정당들을 보면 비록 소설 속이지만 심한 대비가 된다. 
홍길동전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부분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정치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달걀의 노른자만 쏙쏙 빼먹듯 정치인들의 단골 메뉴이다. 
지난 문 정권의 대표적인 국책 사업 중 하나가 ‘2018년 판문점 선언’과 ‘남북간 군사합의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 전쟁위험 해소, 비핵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이 주요 골자이다. 그러나 북한은 툭하면 하찮은 것들을 꼬투리 잡아 문 정권을 괴롭혔다. 큰 소리 한 번 못 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만 연출한 정부였다. 국민의 혈세 180억 원을 지원, 개성공단에 지어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를 당해도 흐지부지 덮어버렸다. 
게다가 김정은은 툭하면 미사일을 쏴댔다. 문 정권은 이를 두고 한결같이 미사일을 ‘미확인 발사체’로 북한을 은근 두둔하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최일선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군 수뇌부도 이에 부화뇌동을 했다. 우리나라 정치와 군의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었다.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미상발사체로 불러야 하는 한심한 정권.”이라는 말은 국민적 유행어가 되다시피 했다. 
희화화한 말은 또 있다. 서울시장이었던 박원순이 그의 비서를 성희롱한 사건. 박 시장을 두둔하던 민주당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는 희한한 말을 조합, 박 시장을 두둔하기에 앞장섰다. “피해자를 피해자로 부르지 못하고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 한심한 정권.”이란 말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최근 국회에서는 노동조합 및 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다. 이 법안 이름 때문에 오락가락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 손배폭탄방지법 대 노조방탄법 · 불법파업조장법이라고 여야가 한 치 양보를 안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 한 의원이 ‘홍길동법’으로 부르자며 또 홍길동을 들고 나왔다. “노란봉투법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해 변혁을 일으킨 홍길동 같은 홍길동법.”이라는 말이었다. 이래저래 홍길동은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잠시라도 편하게 있을 팔자가 아닌 듯 싶다. 
북한이 올해 23번째 탄도미사일을 쏴댔다. 최근 보름 새 7차례나 집중되었다. 폭격기와 전투기까지 동원, 공중 위협 시위까지도 벌였다. 북한은 이미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하고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쳤다. 여야는 15일 북한이 최근 잇따라 무력시위를 감행한 데 이어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민주당이 규탄성명을?”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민주당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규탄 성명이 나오다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국감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국감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을 저인망식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 공부를 해야 함에도 보좌관들이 내준 종이쪽지로 질문이나 하고 있으니 동문서답이 나올 수밖에…. 게다가 민주당의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에 부화뇌동하는 국회의원도 나오고 있다. 총선이 가까운 시기였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아군에 총질하는 발언이 빤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인기 영합을 위해 함부로 할 말이 아니다. 부화뇌동은 물질적인 이해관계 또는 남의 주장이나 의견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을 경고하는 고사성어이다. 당리당략에 얽매여 하류 정치를 하는 정치가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국감, 이 상태로 가면 국민의 입에서 국회의원을 조롱하는 국개의원과 국해의원이란 말이 도처에서 나올 것이다. 홍길동의 옷자락을 조금이라도 스친 그런 국회의원 좀 봤으면 깊어가는 가을이 참 아름다울 텐데….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