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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도덕성
  • 안산신문
  • 승인 2022.10.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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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그림을 보았다. 작은 갤러리였다. 갤러리 주인의 아내는 화가였는데 이번에는 아내의 그림전이었다. 강렬한 색채의 그림은 황홀하기도 민망하기도 했다. 그중에 말을 타고 있는 그림은 영화 ‘애마 부인’과 화가 존 콜리어의 ‘고디바 부인’을 연상시켰다.
 고디바 부인은 11세기경 영국 코벤트리 지방의 영주인 레오트릭의 부인이다. 영주인 남편은 세금 횡포로 백성들의 원성을 들었다. 생계의 느낀 농노들이 세금 경감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보다 못한 고디바 부인은 세금을 낮춰줄 것을 제안하지만 거절을 당한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요구에, 남편은 그렇게나 농노들이 걱정된다면 알몸으로 말을 탄 채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와라! 그러면 세금을 낮춰주겠다고 한다. 이것은 제안을 거절하기 위한 빈정거림이었다. 그리고 남편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고디바 부인은 벌거벗는 수치심을 내려놓은 채 마을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고디바 부인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코벤트리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고디바 부인을 존경하여, 마을 사람들은 모두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도 바깥을 보지 않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고디바 부인은 벌거벗은 채로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이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부인의 강경한 의지에 찬사를 보내며 약속대로 세금을 낮춰주고 그동안 일삼았던 횡포도 멈추고 선정을 베풀었다. 하지만 동네 사람 모두 약속해도 모두 다 지킨 것은 아니었는데, 궁정 소속의 재단사인 톰은 약속을 깨고 부인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전설에 따르면 톰은 천벌을 받아 눈이 멀었다고 한다.
 탐관오리였던 그녀의 남편 레오프릭은 아내의 용기 있는 행동에 세금을 감경하고 선정을 베풀어서 코벤트리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코벤트리 마을 사람들은 이웃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억지는 썼지만, 아내의 용기가 있는 행동에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한 코벤트리도 존경스럽다. 개과천선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한다.
 고디바의 남편처럼 말도 안 되는 억지 요구, 즉 갑질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참으로 많다. 남을 발가벗기려고 하면 자기 민낯이 먼저 드러나는 걸 모르고 남의 치부만 드러내어 조롱한다. 수치스럽거나 못난 부분을 숨기려고 하는데, 그것을 더 끄집어내 세상에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 재단사 톰처럼 부인의 모습을 훔쳐보는 세상이다. 재단사 톰을 엿본 대가로 천벌을 받아 눈이 멀었지만, 그것으로 돈을 더 버는 세상이다.
 음란 영상을 올려서 돈을 버는 행위가 우선은 환락의 나래를 펼치지만, 그것은 절도이고, 반드시 그 대가는 치를 것이다. 인터넷은 자유로운 공간이고 이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발전해 온 것이 우리에게 자산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도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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