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서평
죽음의 수용소에서
  • 안산신문
  • 승인 2022.10.26 09:40
  • 댓글 0
빅터 프랭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어 정신 치료법의 제3학파라고 불리는 ‘로고테라피’ 이론이 있다. 인간의 존재 의미와 그 의미를 찾아 나가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보는 이론이다.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나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온 가족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가 3년 동안 네 군데의 수용소를 거쳤으나 끝내 살아남은 경험을 가졌다.
  프랭클 박사는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를 통해 수용소 내에서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묘사했다. 똑같은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저마다 어떤 식으로 다르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기도 했다. 그러한 생생한 경험은 ‘로고테라피’의 기초가 되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그의 이론에 설득력을 느끼게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1장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에는 저자가 수용소에서 실제로 겪은 내용이 심리학적인 면에서 담담하게 녹아있다. 에세이 형식처럼 되어있어 독자는 프랭클 박사의 경험에 매우 몰입하게 된다. 이처럼 하나의 경험을 통해 독자와 저자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2장과 3장에서 설명하는 ‘로고테라피’를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이 잠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예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특히 강제 수용소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이것이 입증된다면 사람들이 더욱 귀 기울여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에게는 자신이 겪은 일을 기록하고 알릴 책임이 있었다. 그것만이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랭클 박사의 이 믿음은 ‘로고테라피’ 이론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로고테라피’에서는 모든 인간에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의미 없어 보이는 고통도 가치가 있는 업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계속 강조하는 ‘삶의 의미’란 사람에 따라, 시기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포괄적인 삶의 의미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한 개인의 삶이 갖는 고유한 의미이다. 추상적인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부여된 구체적인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으며 반복할 수 없기에 사명을 가지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프랭클 박사는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매우 주목할 만하다.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대체로 6개월 정도면 현재 처해있는 환경에 적응한다고 한다. 하지만 프랭클 박사는 치욕스럽고 희망 없는 수용소의 생활에서도 고결함과 용기를 버리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6개월이면 적응하고 순응하는 것이 사람인데, 절망적인 곳에서도 본래의 자신을 지켜갔다면 그가 가진 삶의 의미와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희망 없이 좌절 속에 무너지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담담히 말한다. ‘왜(why)’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모든 것을 상실한 때에도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만은 남아있다. 피할 수 없는 시련이 닥쳤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자신의 몫이다.
  오히려 우리는 강제 수용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지 않았기에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소홀히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의 수용소’는 저자의 매우 절망적인 처지를 통해 독자가 현재의 자신을 돌아볼 계기를 제공한다. 또한, 인간이 왜 삶에서 의미를 찾고 추구해야 하는지 의식할 수 있게 만든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서윤 (혜윰서평단)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