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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진세칼럼]홀로 걷는 여행
  • 안산신문
  • 승인 2022.11.09 09:40
  • 댓글 2
복진세<작가>

여행 전야는 언제나 설렌다. 나는 그 긴장감을 즐긴다. 계획하고 준비물을 챙겨 가방을 꾸릴 때부터 여행은 이미 시작되는 셈이다. 일상이 지겨울 즈음에는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근교 여행을 즐겨 다닌다.
나는 혼자만의 여행을 즐긴다. 일정이 맞는 동행자를 찾기도 쉽지 않지만, 서로의 생각 차이로 오는 갈등을 피하고 자유로움을 즐기기 위함이다. 걸으면서 내면에 집중하다 보면 ‘순수한 자아’와 마주할 수 있어 좋다.
순수한 자아란 번뇌와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걷기에 집중하고 있는 자아를 말한다. 자연과 걷고 있는 내가 하나가 되어가는 것을 느낄 즈음에는 그동안 풀리지 않던 어려운 문제가 슬며시 생각 속에 떠오른다. 그때부터는 문제와 집중하며 함께 여행을 즐긴다. 한참을 집중하며 걷다 보면 문제가 의외로 쉽게 풀린다. 언제부터 인가 여행 중에서 만나는 자아와 많은 대화를 즐긴다. 그러다 자아를 모두 내려놓고 순수의식 속에서 직관력으로만 세상을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여행은 계획 단계부터 나는 설렌다. 준비하면서 여행지를 상상하며 계획을 세우는 짜릿한 사전여행을 즐긴다. 낚시광이기도 한 나는 출조하기에 앞서 알맞은 바닷물 때를 알아보고 그 계절에 많이 잡히는 대상 어종을 살피고 어종에 맞게 장비를 손질하여 채비한다. 어종의 크기를 상상하며 낚싯대의 휨새를 가늠하기도 하고 짜릿한 손맛을 느끼며 상상 낚시를 즐긴다. 낚시는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 모두가 포함된다. 성과와 상관없이 낚시 그 자체를 즐기면 그만이다.
여행할 때는 사람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정감 가는 골목이나 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선호한다. 떠나기 전에 숙소는 예약하지 않는다. 잘 곳을 미리 정하고 일정에 맞추어서 다니면 여행의 맛도 여유도 느낄 수 없다. 여행하다 보면 정감이 느껴지며 묵고 싶은 장소가 있다. 바로 그곳에 숙소를 잡으면 된다.
준비물을 챙기면서 여행지의 기온 날씨 등등을 살피고, 옷이며 신발을 챙기고 여행지에서 읽을거리도 챙긴다. 요즈음은 가장 신경 쓰면서 챙기는 게 소형 카메라이다. 크고 무거운 DSLR 카메라의 무게에 눌려 고생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를 사진 촬영에 기준을 두고 선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유명 관광지보다는 뒷골목이나 시장을 더 선호한다. 여행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곳만의 특징을 담으려고 신경을 쓴다. 눈으로만 보고 오는 것보다 내가 본 것을 사진에 담아 오면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
여행을 가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때는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서울에 간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복합도시이다. 고궁과 현대적인 건축물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유서 깊은 역사적 유물이 곳곳에 있기도 하고 도심 속에 아름다운 숲도 있다. 북한산을 돌아 내려오는 북악스카이웨이 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다. 서울은 곳곳에서 조선 시대의 모습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그중 창덕궁 안에 있는 후원(비원)은 단연 압도적이다. 약 30여 년을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다가 몇 년 전에 개방하였는데, 조선 시대 궁궐 정원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
예전의 학교 친구들과 자주 만나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종로 거리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풍문여고 뒷길은 작은 공방과 멋진 카페가 즐비하여 이국적인 모습이 이채롭다. 가끔 음악가들의 거리 공연에 매료되어 한참을 구경한다. 격주로 토요일마다 벌어지는 덕수궁 돌담길의 장터에는 정겨움이 가득하다. 누군가 놓아둔 피아노를 누구나 쳐보기도 하고 바이올린을 메고 가던 학생이 즉석 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색소폰을 부는 외국 사람도 보인다.
요즈음 자주 가는 곳은 한강이다. 곳곳마다 특유의 시설물들이 즐비하여 종일을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해상 운동을 즐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달리거나 걷는 사람들이 있어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요즈음은 서울숲(경마장 터)과 더불어 지역의 명소로 불릴 만큼 편의 시설이 잘되어있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역시 걷기 여행의 백미는 제주 올레길이다. 몇 해 전 스트레스에 지친 영혼을 달래고자 거기를 걸었다. 시야가 닿는 곳마다 시원한 이국적인 풍경이 색다르다. 제주의 모습을 잘 느낄 수 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면 어느새 낮은 오름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시원한 해안가를 걷고 있노라면 스트레스는 이미 달아나고 순수한 자아와 마주한다. 내면의 나와 대화를 하면서 걸어가다 보면 온갖 시름을 잊는다. 지치고 배가 고파서 찾은 작은 식당에서 젊은 아낙이 건네준 귤 사탕에는 풋풋한 정감이 섞여 있어 차마 깨물어 먹지 못하고 오랜 시간 동안 혀를 굴려 녹여 먹었다.
인생길은 고독한 여행길이다. 기력이 쇠약하여 여행이 힘들어질 때 지난 여행을 추억하며 지내고 싶다. 훗날 먼 길 떠날 때 후회하지 않게 멋진 삶을 살다가 미련 없이 가고 싶다. 아무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홀로 하는 여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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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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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준 2022-11-09 21:54:29

    누구와 타협할 필요도 없고 무엇인가에 쫓겨 서두를 필요도 없는 오롯이 내 마음 가는 대로 세상을 만끽해 본다는 것은 모는 이에게 주어진 축복은 아닌듯합니다
    행복해지는 방법들을 오늘도 배워갑니다.   삭제

    • 지옥근 2022-11-09 15:48:53

      여행 여행이란 단어를 듯기만해도 마음이 설래는군요 옛추억도 떠오르고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보면 소풍이 지금생각하보면 그시절에는 여행이라고 생각했죠? 옛 생각이 주마등 처럼 스처 갑니다 가끔은 일상 생활에서 벗어나 한적한곳으로 혼자만에 여행을 목적지도 없이 발길 다는데로 떠나고 싶은 때도 있씀니다 마치 나에 생각을 표현한것 같아서 공감이 감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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