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순 / 웅진주니어)

  안녕, 친구들? 이 글을 쓰는 나는 삼십 대 아줌마야.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하고 있어.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받고는 한단다. <까막눈 삼디기>는 최근에 순하고 다정한 친구에게 추천 받은 책이야. 재밌다고 빌려주더라고. 읽어보니 너희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어. 이 책은 우리나라에 얼마 없는 100쇄 출판 동화래. 우와, 100쇄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100쇄는 책이 인기가 많아서 인쇄소에서 100번 찍어냈다는 거야. <강아지똥>, <괭이부리말 아이들>, <나쁜 어린이표>, <마당을 나온 암탉>, <몽실언니>가 100쇄를 넘긴 책들이지. 어, 어디서 들어보았거나 읽어보지 않았니? <까막눈 삼디기>도 벌써 10년 전에 100쇄를 넘겼대. 내가 이 책을 읽어보니 과연 100쇄 이상을 찍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왜 이렇게 이 책을 늦게 만났났는지 아쉽더라고. 
  삼디기는 글을 쓸 줄도 읽을 줄도 모르는 아이야. 엄삼덕이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할머니가 불러주는 삼디기가 자신의 이름인줄 알지. 그래서 모두들 까막눈 삼디기라고 불러. 글자를 모르는 사람을 얕잡아서 까막눈이라고 부르거든. 반 아이들은 당연히 삼디기를 무시하고 놀리고 심지어 따돌리기까지 한단다. 삼디기는 글자를 모르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혼자 놀고 딴 짓을 할 수 밖에 없어. 책을 읽는 어른의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쟤 왜 저래?’ 하겠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어.
  아줌마도 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에 반마다 이런 아이들이 꼭 한 두 명씩 있었어. 글자를 늦게 배운 아이, 어리숙하거나 무엇인가 어느 부분이 부족한 아이들 말이야. 삼디기에게 특히 더 나쁘게 구는 현진이 같은 아이도 많았고. 그래도 삼디기는 주눅 들거나 시무룩하게 있지만은 않아. 그래서 삼디기가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해. 삼디기는 자존심 상하면 표현하고, 가끔은 좋아하는 속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사실은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이 꼭 우리를 닮았거든.  
  삼디기 반에 보라라는 여자 아이가 전학을 오게 돼. 어쩌다 보니 삼디기의 짝꿍이 되고 드디어 삼디기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오지. 
  보라는 통영에서 왔고 이순신 장군을 제일 좋아하는 기세당당한 아이야. 아이들이 계속해서 삼디기를 놀리고 따돌리려고 하지만 보라는 휘둘리지 않고 편견 없이 삼디기를 대해줘. 보라는 참 너그럽고 꿋꿋한 아이지. 어떻게 저런 아이가 있을 수 있을까? 나도 어린 시절 저런 당찬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보라로 인해 아이들도 조금씩 달라져. 가장 크게 변하는 건 삼디기지. 보라는 삼디기에게 동화책을 빌려주고, 옆에서 용기를 주지. 짝꿍으로서 최고의 아이야. 너희도 그런 짝꿍이 좋지? 아줌마도 그렇게 상냥하거나 멋진 행동을 하는 짝꿍을 좋아했어.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짝꿍이 되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고 어린 시절을 반성하게 되었단다.  
  참, 결국 삼디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동화책 마지막 장면에서 선생님은 삼디기에게 책을 읽어보라고 시켜. 나까지 다 긴장이 될 정도더라고. 과연 삼디기는 글자를 읽을 수 있을까? 교실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바로, 이 동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야. 너희가 꼭 읽어봐.
  아줌마는 요즘 말이야,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필요한지,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껴. 너희도 그렇지? 물론 하루하루가 지겨운 친구들도 있을 거야. 학교에 가면 평범한 친구들과 재미없는 과목들이 기다리고 있잖아. 학원 숙제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산더미고 피곤하지. 그런데 조금만 깊이 생각 해봐. 우리가 태어나서 매일 마주하는 하루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그 소중한 나날들을 아낌없이 보내고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응원할게. 너희는 참 개성 있고 멋진 사람이야. 삼디기처럼 말이야. 그럼 친구들, 다음에 또 보자. 안녕.   

김아름<극작가/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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