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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안산신문
  • 승인 2022.1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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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세계사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박완서를 소설가만이 아닌 에세이스트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만든 그녀의 대표작이다. 여기 실려 있는 45편의 작품 중에서도 표제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1976년 발표된 후로 지금 까지도 변함없이 시대를 관통하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문학 작품이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거나 변화하는 시대의 전환점에서 기념비적인 장식을 하고 있는 예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도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가 우리 사회에 젖어든 이후에 일어난 변화들을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는 ‘꼴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던 글이다. 지금은 개발도상 사회의 낡은 구호들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1등이 아니면 2등은 필요 없다.’ 혹은 ‘정상을 정복하자’는 식의 구호들로 세상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을 기성세대들은 기억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름 없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서민들이 생활 속에서 찾는 자잘하고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러던 것이 마침내 출세하지 못한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들도 긍지와 자존감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대단하고 멋진 일의 시작을 박완서 작가가 해냈으니 그녀는 모든 문학하는 사람들의 사표가 되고도 남는다.
  이 책의 첫 작품으로 실려 있는 “내가 잃은 동산”에는 개성 근교의 시골 고향에 대한 작가의 향수가 담겨있다. 그곳에는 마을을 감싸고 있는 적당한 크기의 풍성한 동산이 있고 그 산에서 발원한 물이 알맞게 마을과 들을 적셔 주고, 부족하지 않은 논과 밭을 갈며 너무 많지 않은 수의 부지런하고 근검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고향은 인심이 좋고 자연이 훼손되지 않으며 그곳에서는 완벽한 휴식과 안식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 “2박 3일의 남도기행”에서는 우리의 산과 들이 미국의 광활한 산야보다는 작고 아담하지만, 우리에게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살다간 이름 없는 백성들의 사연들과 정기가 서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알맞은 크기의 우리의 소중한 터전을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소홀히 하여 광활한 라스베이거스 주변처럼 황무지로 만들까봐 박완서 작가는 노심초사 걱정하고 있다. 
  그녀의 이런 지리 인문적인 식견과 알뜰한 애정은 마침내 독자를 따뜻한 감동으로 이끌어 그녀의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한 집안의 살림을 규모 있고 솜씨 있게 꾸려나가는 유능한 맏며느리가 줄 수 있는 신뢰감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그녀는 문학가로서의 ‘국민 누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은 그녀를 닮은 훌륭한 후기지수들이 드물게 나타나 내 가까운 주변에도 그런 여류작가가 한 분 있다. 
  그런 박완서 작가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는 우승권에서 낙오된 꼴찌 마라토너가, 달리기를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리면 어떡하나하고 온 마음을 다해 걱정하고 있다. 1등을 못한 모든 사람들이 주저앉아 버리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저 꼴찌 마라토너가 낙담하지 않게, 자신이 위대하고 멋지다는 것을 빨리 알려주어야 한다고 그녀는 마음이 급하다. 아무리 맨 꼴찌를 달리는 선수라도 긍지와 자존심을 가지고 골인지점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어야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것이다.
  박완서 작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고 건강하다. 이 가을 재미있고 유익한 산문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혹은 오래전 읽었던 분들께도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권하고 싶다. 

이장범 수필가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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