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이 일러주듯 현재 이곳엔 의지할곳 없는 노인들과 정신지체 장애인 등 40여명의 '대식구'가 한가족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늘 부족한 생활이지만 서로 보듬고 위해주는 한 가족이기에 '평화'와 '행복'이 짙게 배어있다.
안산에 평화의 집이 들어선 건 지난 95년 5월. 공동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성남 경기도 광주군 안양 서울 청개천 등 전국을 떠돈 뒤였다. 처음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83년 서울 대방동 시절엔 세상의 싸늘한 시선과 겨울 한파를 오로지 '천막'에 의지해 막아내야 했다. 서울 노량진 성남시 상대원동 대전시 가양동 광주군 오포면 안양시 중앙시장 상가지하. 서울 청개천 등지에서의 변두리 생활이 고달픈 삶을 대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살자'는 믿음이 가족의 끈을 굳게 이어줬다.
안산에 정착한 후 '번듯한 우리집'이 생긴 건 가장 큰 변화다. 지난해 5월 현 부지에 새집을 지어 이사했다. 당시 MBC TV '칭찬합시다'코너에 임원장의 헌신적인 삶과 평화의 집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이름모를 독지가들의 손길이 어어진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처음 새집을 짓겠다고 공사에 들어갔을 때 이웃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동네 이미지만 나빠진다"는 편견은 넘기 힘든 장벽이었다. 임원장은 지금도 당시만 떠올리면 "예상은 했지만 보금자리 한칸을 마련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임원장은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이 동네 청소를 도맡고 궂은 일도 마다않고 주민들을 돕다보니 이젠 그같은 편견의 벽은 허물어졌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3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그 자신 1급 지체장애인인 임원장은 젊은시절 직원만 1백여명에 이르는 중견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었지만 70년대 초 장애인의 고달픈 삶을 지켜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사회복지의 길에 몸을 던졌다. 사회의 냉대를 받긴 했지만 그가 준비위원장을 맡아 각각 성공시킨 86년 제주에서 서울까지 장애인 휠체어 국토종단과 88년 세계최초 장애인 대한해협 도영은 힘들때마다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든든한 밑거름이다.
이제 평화의 집은 '사회복지법인'으로 새 둥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현 보금지리를 2층 규모로 늘려 복지법인으로서의 규모와 시설을 갖추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경제문제 등 어려움은 많겠지만 아직 우리사회에 따뜻한 온기가 있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고 있다"는 임원장은 "안산에 뼈를 묻는 날까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봉사에 삶을 바치겠다"며 의욕이 남다르다.
본사가 제정해 시상하는 안산상록대상 제4회 사회봉사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원장은 "몸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는 장애인이 아니다.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한 사람일뿐이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몸과 마음은 다소 불편하고 생활은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사랑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평화의 집' 식구들의 마음은 세상 그 누구보다 평화롭고 행복하다. 서로 다른 상처와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함께 사는 노인들을 부모처럼 모시고 장애인 서로간 형제처럼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에겐 내게 있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나누려는 사랑이 있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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