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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프라이빗은 없다
  • 안산신문
  • 승인 2022.12.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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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가족끼리 잠시 시간을 내서 하룻밤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어떤 한 숙소에 들어가서 짐을 푸는데, 그곳에 보니까 이런 안내 글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여러분 개인에게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지향합니다. 그러니 마음껏 쉬십시오.” 그런데 뒷면을 넘기자, 이런 안내 글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프라이빗한 삶을 위해 지켜야 할 것!” 그러면서 밤에 소리를 지르지 마라,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라,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라, 이처럼 에티켓을 부탁하는 글들이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얼마 전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 인사를 드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는데, 갑자기 어르신이 씁쓸하게 웃으시며 제게 말씀을 건네시는 겁니다. 무슨 이야기였냐? 서로 웃으며 인사하면 기분이 좋은데, 어떤 사람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시끄럽게 전화하고, 어떤 사람은 인사는커녕 오히려 쌀쌀맞은 인상으로 본인을 무시한 채 음악을 듣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서로 편하게 지내고 싶은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SNS를 보면 ‘프라이빗’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개인적인 공간에서 즐기는 하나의 문화인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프라이빗 식당’이라는 간판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심심찮게 길거리에서 ‘프라이빗’이라는 말이 붙은 가게들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 미용실, 헬스장 심지어는 휴양지의 펜션이나 호텔에서도 찾아볼 수 있죠. ‘프라이빗’이라는 말은 개인적이고 사적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개인주의가 강해진 요즘 사회의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정말로 나의 프라이빗한 삶을 살기를 원하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삶이 중요하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맘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나의 프라이빗한 삶이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프라이빗한 삶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프라이빗을 외칠수록, 역설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프라이빗을 원할수록, 오히려 프라이빗과는 반대되는 배려와 예의를 배우고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그런 것을 잊는 것 같습니다. 자유를 이유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도 그렇고, 아래층과 위층 간에 벌어지는 흡연 분쟁도 그렇습니다.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앞의 사람이 걸린다고 밀어버리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종종 보이는 보복운전의 문제나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반려견에 관한 예의 문제도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나의 삶이 중요한 만큼 상대방의 삶도 중요합니다. 나의 삶을 인정받고 싶다면, 상대방의 삶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의 가치가 중요하기에 오히려 ‘함께’를 생각해야 하는 이 시대! 먼저 우리부터 ‘함께’의 가치를 만들어가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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