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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의 의미
  • 안산신문
  • 승인 2023.01.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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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원단(元旦)이라는 말은 일 년의 첫날이자 첫 아침이며 사시의 시작이기 때문에 신성시되었다. 『사기(史記)』 에 “사시란 계절이 시작되는 날이다.”라 한다. 정의(正義)에 “정월의 아침은 한 해의 시작이고 시간의 시작이며 하루의 시작이자 한 달의 시작이다.
  새해가 시작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수첩을 새로 마련하여 한해 착실히 도전해야 할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새해에 목표를 세우고 삼일도 못 되어 포기한다고 하여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새해에 세우는 것 중에 가장 흔한 것은 금주·금연을 한다고 한다. 전국의 담뱃가게는 연초가 되면 매상이 현저히 줄어들지만 작심삼일이 지나면 다시 회복한다고 한다. 일반적인 사회생활 하면서 술을 멀리하기는 어려운 노릇이고, 금연도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은 이상은 어렵다고 한다.
 새해 첫날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무분별하게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정말로 신중하게 생각하고 계획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한 본인에게 가능할 법한 계획을 세우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나는 고맙게도 술과 담배를 배우지 못했으니 새해 계획에 그것이 잡힐 리도 없다. 한국의 좋은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거나 문화정책이 좀 더 유연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또 온 국민이 책을 읽는 것을 새해의 목표로 잡았으면 좋겠다.
 내가 지도하는 독서포럼 회원들은 매월 3권의 책 읽기를 목표로 삼았다. 어떤 회원은 매월 3권의 책을 사는 것도 목표로 정해서 실천하고 있다. 책은 삶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여러 가지 책을 다양하게 읽다 보면 습관이 되고 그런 가운데 책 읽는 순간이 행복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책 속에 빠져 종일 보낸 날은 행복하지만 그런 날은 일 년에 몇 날 되지 않는다. 매월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포럼에서 같은 책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알게 된다. 읽는 이에 따라 그 느낌과 감동 그리고 해석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간접적으로 책을 통한 소통을 하고 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서점가기와 글쓰기, 손 편지 쓰기 등을 새해의 계획으로 잡았다. 서점에서 다양한 책을 구경하고 책을 사는 일은 나에게 주는 선물과 같은 시간이다. 안산에 있는 대형서점에는 요즘 책을 읽을 책상과 의자 등을 마련해 두어서 편안히 앉아 몇 시간씩 책을 읽어도 무방하다. 나는 시간 구경을 실컷 하고 나올 때 한 권의 책을 구매하여 오는 루틴을 정했다. 서점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좋은 환경이 남아도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시간이 모자라고 글쓰기는 더 시간이 모자란다는 핑계를 댄다. 손 편지를 쓰는 일은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휴대전화로 카톡 하면 금방 나의 마음이 전달되는 시대에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일이란 시대를 거꾸로 사는 일인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빠르게 흘러도 책을 읽고 쓰기의 중요성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라며 사라지는 것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새해 계획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1월이 아직 열흘이 더 남았고 새해 계획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위안으로 삼는다.
 다행히 우리는 설날 아침을 정월로 친다. 설날부터 다시 원단이라고 여겨 실천하면 될 일이다. 원단이 아니더라도 매일, 매월 계획을 잡고 또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날마다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 숭고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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