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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고(vertigo) 현상을 넘으라
  • 안산신문
  • 승인 2023.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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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한 조종사와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만나기가 쉽지 않은 직종이다 보니, 여러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는데, 오늘은 그중 하나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뉴스를 보면, 종종 전투기 추락 사고와 관련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은, 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는 조종사들이 대부분 초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을 훈련받고, 전투기를 다루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그런 조종사들이 왜 사고를 당하는 것일까요? 이분의 답변에 의하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조종사가 정말 주의해야 할 ‘신체 현상’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버티고(Vertigo)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비행착각 현상’입니다. 
  하늘에서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방향점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투기 조종사들은 지면에서 외부 환경을 인식하는 것과 몹시 다른 느낌을 만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중에 외부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다 보면,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주위 환경에 대한 조종사의 인식과 실제 상황이 다른 경우를, ‘버티고’ 즉, ‘비행착각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버티고 현상’은 왜 일어날까요? 하늘에서는 지면에서보다 산소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조종사들은 산소마스크를 쓰지만, 때때로 산소 부족을 느끼죠. 그런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피가 한순간에 머리 쪽으로 쏠리게 되면, 모든 감각이 무뎌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상태로 캄캄한 밤하늘을 비행하면,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의 불빛을 하늘의 별로, 하늘에 덮인 구름을 바다로 착각해서, 고도를 높인다고 한 게 결국 바다로 추락하고 마는 거죠.
  물론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 전투기 안에는 하늘과 땅을 구분해주는 ‘계기판’이 달려있습니다. ‘버티고 현상’이 왔더라도, 그 계기판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답니다. 그런데 조종사들이 왜 ‘버티고 현상’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기계보다 감각을 더 의존해서 ‘계기판에 오류가 생긴 것’이라 여기고, 자기 생각대로 비행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조종사에게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도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생각한 것, 내가 배운 것을 무심코 당연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현실의 수많은 문제 앞에 섰을 때, 여러 데이터가 마치 전투기의 계기판처럼 수많은 싸인을 주고 있지만, 우리는 다 무시하고 자신의 감각에 의존해서 움직이다가 추락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큰 병으로 확산되기 전에 우리 몸은 대부분 크고 작은 통증으로 싸인을 보냅니다. 여기가 아프다고 저기가 아프다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고 ‘이전까지 괜찮았으니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뒤늦게 후회하죠.
  그런 점에서 이제는 내가 아는 것으로 만족하면 안 됩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속담이 보여주는 의미처럼, 아무리 아는 것이라도 지금의 데이터를 자세히 살피고 검증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것이라도 필요하면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버티고 현상을 넘어서, 더 안전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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