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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풍자의 맛을 아느냐
  • 안산신문
  • 승인 2023.01.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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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풍자(諷刺)는 남의 결점을 직접 대놓고 비판하기보다는 에둘러 유머와 함께 비판하는 것이다. 문학 작품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시대의 모순, 비위, 부정 등을 빗대어 조롱하며 표현한다. 독자에게 웃음과 함께 현실의 답답함을 한순간 지워주는 청량제 구실을 하곤 한다.
풍자문학의 대표적인 외국 작품으로 《걸리버 여행기》, 《1984》, 《동물농장》, 《돈키호테》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의 《허생전》, 《양반전》, 채만식의 《탁류》, 《태평천하》 등을 꼽을 수 있다. 《허생전》은 ‘허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대 사회 제도의 모순과 지배계층의 무능력함을 풍자한 소설이다. 《태평천하》는 주인공의 탐욕스러운 성격과 일제강점기를 ‘태평천하’라고 인식하는 등 역사의식을 지니지 못한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문학 외 봉산탈춤에서는 양반을 비판하는 말뚝이가 나오고, 판소리에서도 토끼와 별주부의 속고 속이는 대결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수궁가’를 들 수 있다.
대중매체의 발달과 함께 정치와 사회에 대한 풍자는 코미디의 소재로도 활용되었다. 시사 풍자 코미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 코너는 시사 개그의 본격적인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정치 풍자극은 어느 시대에서나 그렇듯 단명할 수밖에 없었다. 고위층의 압력을 견딜 재간이 없었다. 요즈음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그 당시 개그 풍자에 대한 아련한 향수마저 느끼게 한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격화되면서 진보층의 전유물 같은 풍자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술과는 동떨어진, 현직 대통령을 조롱한 비하 그림 전시 문제로 시끄럽기 그지없다. 현직 대통령을 비하한 그림의 전시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1월 민주당 국회의원이 진보단체의 ‘곧, BYE! 展’이란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 전시회를 열었다. 말이 풍자였지 조롱이 넘치는 비하 그림이었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표현한 ‘더러운 잠’이란 제목의 그림이었다. 섬뜩한 느낌과 함께 혐오스러운 작품이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과 여성 비하 정치 행위란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고, 결국 보수단체 회원이 전시 중인 그림을 훼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소재로 한 그림도 섬뜩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림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하 그림을 그린 단체의 작품이다.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이라는 제목으로 정치색을 여과 없이 나타낸 그림이었다. 알몸인 윤 대통령 부부가 큰 칼을 들고 있거나, 술에 취한 윤 대통령 옆에 현 법무부 장관을 닮은 개가 앉아 있는 그림, 그 외에도 대통령을 조롱한 그림이 수두룩했다.
이 행사는 민주당 ‘처럼회’ 소속의 주축인 12명이 공동 주관을 했다. 피의자 신분인 국회의원들이 많은 게 특징이기도 하다. 같은 당 출신 국회 사무총장마저 “그림 내용이 적절치 못하다.”라며 강제 철거를 명했다. 전시회 주관 의원들은 “국회가 나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예술인을 억압한 국회사무처의 야만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항의했지만,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풍자와 비하를 모르는 정치인들이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뿐이다.
지난 2019년 전직 대통령은 자신을 풍자한 전단지를 돌렸다는 이유로 30대 남성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고소했다. 비판 대자보를 붙인 20대 대학생은 경찰에 체포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게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며 비정한 그들만의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내 진영이 아니라고 해서 풍자를 넘어 비하하는 예술은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되어있다. 섬뜩한 그림을 마치 예술로 승화하는 그들만의 아우성과 부화뇌동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더 역겹다. 한 마디로 소인배 정치인들이며 자격 미달의 정치인이다. 이들에겐 거리낌도 없다.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너희가 풍자의 맛을 아느냐?” 건강한 풍자의 예술로 국민의 가려운 곳을 웃음과 함께 긁어주는 그런 풍자의 예술세계를 전시해보라. 그러면 그곳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얼마나 박장대소를 하며 풍자의 세계로 빠져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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