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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데이
  • 안산신문
  • 승인 2023.02.0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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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지방에서 온 조카는 경복궁에 가기 위해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검정 털저고리에 흰색 털로 동전을 단 귀여운 한복 형태였다. 일상에서 입어도 무난한 옷이라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서울의 고궁을 방문하면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한복을 입으면 입장료도 무료지만 예스러운 궁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거닐면 수 백 년 전 선조들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궁 앞에는 한복을 대여하는 곳도 많이 있어 쉽게 한복을 빌려 입을 수 있으니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중년의 나이에도 전주나 경주에 가서 한복을 빌려 입고 사진 촬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어른들은 집에 한복이 한 두 벌씩 있게 마련인데 선뜻 입고 나설 일이 별로 없다. 1년 내내 입을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디 입고 가기도 민망스러운 옷이 한복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설이나 추석에 시댁에서 한복을 입고 세배를 드렸다. 집안에 며느리가 차례로 들어오면서 내가 입던 한복도 벗어 던지게 되었다. 내가 결혼할 당시의 가족사진에는 여성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있었다. 집안의 경사에는 특히 한복을 차려입고 갔는데, 요즘의 결혼식에는 신랑·신부 어머니만 한복을 입고 있다. 전통 복장인 한복이 고궁에서만 입는 옷이라는 게 너무 아쉽다.
 그래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생일잔치나 행사에서 한복을 입기도 한다. 부모 초대 행사에도 한복을 입고 오라면 난리가 날까? 우리 딸이 어릴 때 유치원에서 한복을 입고 송편을 만들던 기억이 난다. 그뿐만 아니라 문학회 행사나 시상식 때도 한복을 입었다. 나만 그런 건지 몰라도 어느 순간부터 모든 행사에 한복을 입지 않았고, 입은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생활 한복을 입고 다니는 문우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는 몸매가 다 드러나는 양장보다는 개량 한복이 편하고 좋다고 했다. 그러나 그 친구가 입는 개량 한복값을 알고는 입을 생각을 못 했다. 비싼 개량 한복이 일부이긴 하지만, 요즘은 가격대가 저렴한 개량 한복도 많으나 그다지 입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몇 년 전부터 한 치수 위 코트가 유행하면서, 품이 넓은 로브 코트를 연상케 하는 전통 방식 두루마기, 도포가 아이돌들 사이에서 패션 아이템으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두루마기를 개량한 게 아니라 20세기 스타일 검정 두루마기를 그대로 코트처럼 입고 다니는 것이다. 특히 남성은 결혼식에서조차 잘 입지 않는다. 두루마기나 도포 같은 겉옷을 그대로 입고 공연하는 아이돌을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한류 열풍이 젊은 연예인의 노래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패션 특히 한복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의 여배우가 댕기 머리를 하고 나와서 화제가 되었다. 댕기 머리뿐만 아니라 머리에 첩지를 한 패션도 현대에 동떨어지지 않고 잘 어울린다. 유명인들의 한복을 활용한 패션이 우리 실생활에 녹아들면 일반인들도 굳이 한복을 차려입지 않아도 생활 한복을 입을 수 있다.
 한복 문화가 실생활에 자리 잡아 대외에 쇼윈도우 식이 아니라 대보름날 윷놀이대회나 동네 축제에 한복을 입고 모여 잔치를 하면 자연스럽고 전통문화 계승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일부러 돋보이려 할 때만 쓰이는 일종의 상징적인 한복 문화가 아닌 생활 속에서 자발적으로 한복 입는 날이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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