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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짧게? 때로는 더 길게
  • 안산신문
  • 승인 2023.03.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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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리모컨 전쟁을 아시나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TV가 하나씩만 있던 가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리모컨을 사수하는 전쟁이 집집마다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그 집에 리모컨을 누가 들고 있는지를 보면 집안의 권력을 누가 쥐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농담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 아버지들이 졸면서도 리모컨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아버지를 흉내 내는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는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도란도란 TV 앞에 모여앉아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그 시점은 각자의 손에 작은 미디어 기기가 보급되고 나서입니다.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방송국이 편성한 시간에 준비된 프로그램을 보고, 놓쳤을 때 재방송하는 곳을 검색하거나 뉴스를 찾아보던 시대에서 이제는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부분만 모아놓은 영상 클립을 시청하는 시대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이 옛날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방송국과 미디어 기업들의 송출 전략도 달라지고 있는데, 이제는 시청률을 가지고 편성을 고민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조회수를 가지고 편성을 고민하는 시대로 달라졌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러면서 대중들은 긴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클립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미디어 시장에는 짧은 영상이 더 선호되기 시작합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다양한 짧은 영상 플랫폼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에 한 프로그램을 선호하던 분위기가 1분 미만 그리고 최근에는 몇 초 안에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시대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많은 점을 느끼게 합니다. 바로 이제 정보는 몇 초 안에 전달하는 것에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짧은 것이 좋은 걸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드라마에도 강약이 있어야 하듯이, 짧은 호흡이 있으면, 때로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쇼츠나 릴스, 틱톡처럼 짧은 시간에 정보를 얻는 것이 있듯이, 때로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길게 사색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는 지금의 플랫폼이나 형태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계속 바뀐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유행이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더 짧아지거나, 다시 길게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길게 사색하면서, 언젠가 다가올 수 있는 새로운 흐름을 맞춰야 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의 머리가 쇠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한 방향으로만 보면 우리의 뇌도 그렇게 세팅됩니다. 여러 방향으로 훈련해야, 뇌도 확장됩니다. 그런 점에서 짧고 임팩트 있는 컨텐츠만 보는 게 아니라, 가늘고 긴 컨텐츠도 접해야, 우리 뇌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멍하게 산책하는 것도 좋고, 안산천 냇가에 서서 물끄러미 물고기와 오리를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옥상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아도 좋습니다. 짧은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길게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 잠시 밖에서 멍하게 있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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