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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덩어리 정치인의 현수막
  • 안산신문
  • 승인 2023.03.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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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 및 진보성향의 사회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피켓에 담긴 내용이 섬뜩하다. ‘이완용의 부활인가? 망국적 굴욕적 한&#8231;일 정상회담, 일본의 하수인’ 등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완용의 부활인가에 대한 현수막 게시를 놓고 왈가왈부 말이 많다. 현수막 게시에 반대하는 의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했거나 기권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강성지지자들이 색출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촌극 중의 촌극이다.
거리에 현수막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제약을 받지 않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야말로 공해 중 공해이다. 잘못은 정치인들이 하고 그에 대한 불쾌감은 국민이 오롯이 겪는 셈이다.
현수막은 행사, 정당, 시민단체, 학원, 음식점 등 다양한 분야의 홍보용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천이다. 정확하게는 세로로 된 것만 현수막이라고 불러야 한다. 가로로 된 것은 횡단막(橫斷幕)이라고 해야 옳지만, 일상에서는 가로세로 할 것 없이 통칭 현수막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수막은 선거철, 명절, 연말연시가 되면 우후죽순처럼 도시 곳곳에 걸리게 된다. 내년 총선 시에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 현수막이 나올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현수막은 도시 미관 해치기의 주범이고, 행인들의 안전사고까지 유발하고 있다.
현수막이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온 지 꽤 오래되었다. 특히 정당과 정치인들이 내거는 현수막이야말로 꼴불견 중 꼴불견, 오염 덩어리이다. 정치인들의 얼굴까지 큼지막하게 넣은 미사여구 현수막을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행인들의 욕설도 튀어나오곤 한다.
도시 곳곳에는 지정 현수막 게시대가 설치되어 있다. 법적으로 이 게시대 이외의 장소에 거는 현수막은 몽땅 불법이고 철거대상이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이나 정당에서 거는 것조차 불법이다. 그러다가 2022년 12월 6일, 옥외광고물법 제8조가 일부 개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수많은 민생법안이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는 게 우리나라 국회의 현주소이다. 협치가 안 되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 법을 개정했으니 얼마나 자기들 이익 보호에 충실한지 여실히 보여준 법이었다. 법을 개정한 정치인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정당은 허가나 신고 없이 정치적 현안 등을 15일간 현수막 게시가 가능해졌다.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 것도 모자라, 무분별하게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정치에 대한 반감만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차라리 현수막 제도를 아예 없애고 SNS 등을 통해 홍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지방선거에 쓰인 현수막을 12만 8,000여 장으로 추산했다. 한 줄로 펼치면 1,281㎞로 서울에서 도쿄까지 거리라고 한다. 선거가 끝나면 현수막은 죄다 폐현수막이 되어 소각되는 신세이다. 정치인들이 쏟아낸 골칫거리 오염 덩어리 현수막이다.
현수막은 대개 플라스틱이 포함된 합성섬유로 만들어진다. 썩지도 않을뿐더러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물론이고 1급 발암물질과 미세플라스틱까지 나온다. 국민의 불쾌지수를 높이고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현수막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꼴이 된 셈이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에서는 거리 현수막이나 벽보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왜 우리는 선진국처럼 하질 못하고 있을까? 내로남불 정치인들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도심의 흉물이 된 정당 현수막 철거엔 관심도 없다. 더욱이 개정안에는 이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당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악용해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불신받는 정치인들로 인해 그와 관련된 현수막은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일반 시민들은 거리에 현수막을 게시할 수도 없다.
보기에도 민망한 무차별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가득 찬 현수막을 정치인 마음대로 건다는 것, 그 자체가 특권이다, 법의 형평성에 맞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의 특권 의식으로 인해 국민에게 그 무지몽매한 문구를 매일 읽도록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 현수막 게시에 관한 법을 다시 손질해야 한다. 그들에겐 불편하겠지만 정치인의 현수막 게시 불허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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