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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추어리(Sanctuary)
  • 안산신문
  • 승인 2023.05.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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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시골에 다녀온 남편은 취나물, 고사리, 상추 등 채소를 한 보따리 들고 왔다. 쪄서 말리기도 하고, 나물로 반찬을 만들었다. 머위잎은 쪄서 쌈을 싸 먹는데 쌉싸래하고, 고소했다. 봄 감기가 지독하여 입맛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퇴근하고 온 아들은 밥상을 일별하고 냉장고를 뒤져 먹다 남은 치킨을 데워 먹는다. 얼마 전 신문에서 본 생추어리(Sanctuary) 이야기를 꺼내자 ‘자신은 동물 단백질 섭취에 길들어 자라서 순식간에 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 아빠는 지금부터 평생 채식주의자로 살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사실 나도 자신은 없다. 다만 육류 소비량을 점차 줄이고자 노력을 할 것이라고 하자, ‘그럼 집에서는 강제로 육식을 안 하겠네’라며 씁쓸해했다. 36년 동안 육식 위주의 식단을 지속해 온 나는 얼마나 잘 바꿔 갈지는 알 수 없다.
 2022년 한국인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8kg로 쌀 소비량 56kg을 넘어섰다고 한다.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1970년 5.2㎏에서 10배 이상 늘어났고, 세계평균보다 10kg 이상 더 먹는다고 한다. 쌀소비량은 2012년 70kg에서 2033년에는 45kg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유엔 등은 사람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육류 섭취량을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라고 권고한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밥 한번 먹자’는 고기가 꼭 들어간다. 한식이나 쌈밥에도 고기반찬이 들어간다. 칼국수나 파스터 같은 면 종류에는 고기가 안 들어가긴 하지만 완벽한 비건 vegan=채식주의자는 생선,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식품을 일체 먹지 않는다. 공장식 육류 생산 시스템이 초래하는 환경적 ·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자연과 인류의 공존을 생각하는 차원에서도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 전에 아버님은 예식장을 다녀오셔서는 꼭 밥을 달라고 한다고 하셨다. 잔칫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며 된장찌개에 먹는 밥이 가장 맛있다고 하셨다. 나도 밖에서 먹는 진수성찬보다는 집밥이 훨씬 속도 편하며 맛도 좋은 걸 알고 있다.
 피난처.안식처라는 뜻의 생추어리(Sanctuary)는 동물권 단체들이 구조된 농장 동물을 위한 보호구역이다. 호랑이나 곰 등 야생동물을 복원하고 방사하는 사업은 들어봤지만, 농장 동물을 구조하여 보호하는 것은 생소하였다. 자연적 삶을 영위하던 동물이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생추어리. 그곳의 동물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산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인 진 바우어가 학대받거나 방치된 농장 동물을 구조한 뒤 이들이 지낼 보금자리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생추어리에 있는 동물에게는 어떤 목적이 부여되지 않고, 온전히 그 생명체 자체로 존중된다”라고 한다. 인간의 먹거리도, 인간이 쓸 의약품과 화장품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대상도, 서커스 동물처럼 인간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오락거리도 아닌 고유한 개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전에는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착취해도 괜찮은 대상으로 봤다면, 생추어리는 그렇지 않아도 되는 사회임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라고 한다. 생추어리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다른 종과 정의로운 방식으로 어울려 살아갈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인간만을 중심으로 여겨왔던 세상에 동물이 단지 인간의 필요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생명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은 그 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달렸다는 말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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