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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토끼!
  • 안산신문
  • 승인 2023.05.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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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큰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지금 큰아이가 중2인데, 초등학교 1학년 4반 때부터 만난 엄마들로 일명 천사 모입니다. 모임에서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식 자랑하는 엄마들 속에서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는 매주 책 2권씩은 읽는다고. 게임하고 유튜브를 보느라 손에서 폰과 노트북이 떠나지 않는 아이인데. 이틀 전에 본 국어 수행평가에서 문제는 읽었지만 무엇을 물어보는지 몰라서 대충 적었다고 했는데. 이런. 어쩌다가 거짓말을 했을까요?

카야는 코테와 카르멘을 찾습니다. 집 뒤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안녕"이라고 겨우 인사를 합니다. 미안했는지 코테가 "토끼가 너무 빨리 뛰어가 버려서 말이야"라고 말합니다. 달리다가 멈춘 카르멘이 "동물은 원래 그래" 하면서 집 앞쪽으로 가버립니다. 토끼를 키우는 두 친구 사이에서 카야는 겉돌고 있습니다. 두 아이 옆에 선 카야는 자신도 모르게 "나도 토끼 있어"라고 말해버립니다. 품에 토끼를 안은 두 친구가 카야를 쳐다봅니다. "우리 집 들판에 살아. 근데 쓰다듬어도 돼" 그때 코테가 카야를 째려봅니다. 카르멘이 아픈 며칠 동안 코테가 카야 집에서 놀았는데, 카야 집에는 예쁜 토끼 사진만 있거든요. 토끼가 어디에 있나 들판을 살피는 두 아이. 그 뒤에 서 있는 카야의 뒷모습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보입니다. 다음날 카야는 수저로 들판에 토끼 발자국을 만듭니다. 그 발자국을 본 친구들은 토끼를 기다리며 여러 날 동안 카야 집에서 놉니다. 카르멘만 카야 집에 온 어느 저녁. 옆집에 사는 코테의 전화가 옵니다. 코테는 카르멘에게 자기 집 앞에 큰 산토끼가 왔다고 말합니다. 카야와 카르멘이 급히 달려갔지만 토기는 없습니다. 셋은 카야 집과 코테 집을 번갈아가면서 기다립니다. 묵은 사과와 당근 껍질을 쌓아두고 토끼를 기다립니다. 셋은 카드 게임을 하며 토끼를 기다립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코테가 카야를 보며 "우리, 내일 보자!"라며 미소를 짓습니다. 들토끼는 카야가 한 거짓말로 토끼는 오지 않았을 텐데, 셋은 어떻게 사이가 좋아졌을까요?

<나만 없어 토끼!> 그림책은 벨기에와 핀란드 작가 작품입니다. 꾸밈이 없는 글은 담백합니다. 그림을 보면 북유럽의 풍경들이 떠오릅니다. 그림책 표지를 다시 바라봅니다. 제법 자란 풀들이 가득한 초록 들판에 하얀 토끼 귀만 쏙 보입니다. 카야가 말한 토끼일까요? 두 친구와 놀고 싶었던 카야는 자기도 모르게 토끼가 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처음에는 카야가 거짓말을 해서 당황했습니다. 뻔히 들통날 거짓말을 왜 했을까? 들판에서 토끼를 찾는 친구들 뒤에 서서 카야는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고 거짓말이 탈로 날까 봐 걱정되고 불안했습니다. 몰래 수저로 토끼 발자국을 만들고 친구들을 불렀을 때 카야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카야가 만든 토끼 발자국을 나무 막대기로 쑤~욱 누르면서 토끼 발자국이 갑자기 끊긴다고 코테가 말했을 때 카야의 심장은 쪼그라들었겠죠.

셋은 먹이를 나르면서 손수레를 잡아주고 문을 열어주면서 서로 돕습니다. 카드놀이를 하고 따뜻한 우유에 꿀을 넣어서 먹고 서로 간식도 챙겨줍니다. 하루하루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셋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친구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결말에서 셋은 좋은 관계로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동안 카야의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안쓰럽습니다. 어쩌다가 카야는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요? 책 제목 '나만 없어 토끼!'처럼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카야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겠죠. "나만 없어 토끼! 토끼 사주세요!"라고요. 친구들과 친해진 카야는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나는 있어 친구!" 필요한 것은 토끼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토끼를 기다리면서 함께 보낸 시간은 셋을 가깝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카야가 토끼를 키우는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했을 때는 불행했습니다. 카야의 눈빛은 의기소침하고 불안해 보입니다. 우리는 비교하거나 비교를 당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즐겨 사용하는 우리는 쉽게 남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비교는 우리를 행복과 멀어지게 만듭니다.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남과 자신을,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합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 비관합니다. 이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입니다. 특히나 비교는 비난을 가져옵니다. 내 아이와 옆집 아이를 비교하다가 소중한 내 아이를 비난하는 저 자신을 봅니다. 결국 아이와 관계만 틀어졌습니다. 정말로 귀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아이와 관계 회복을 위해서 먼저 저의 잘못을 아이에게 말할려고 합니다. 그리고 조용히 기다리며 아이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카야가 두 친구와 좋은 관계가 되었을 때 시간이 필요했듯이요. 이 그림책을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최소은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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