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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 나쁜 목적
  • 안산신문
  • 승인 2023.05.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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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안전을 위해 설치된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실제로는 턱이 없는 ‘가짜 방지턱’도 있습니다. 페인트를 활용해, 진짜 방지턱과 똑같은 색깔과 패턴으로 그려 놓은 겁니다. 이는 운전자들에게 착시효과를 주어,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것이죠. 처음 가짜 방지턱이 도입되었을 때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가짜 방지턱을 자주 지나다니는 운전자들이, 더 이상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속도를 줄이는 다른 차들을 추월하려고 더욱 속도를 높였습니다. 이로 인해 가짜 방지턱 근처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급증했습니다. 좋은 의도로 만든 가짜 방지턱이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죠.

이와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보고 충격을 받은 영상이었는데, 미국 필라델피아의 켄싱턴 거리는 ‘좀비 랜드’라고 불립니다. 전 세계의 마약 중독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기 때문이죠.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마약을 사고 팔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대놓고 마약을 투약합니다. 그래서 이 거리에는 마약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이 모습이 좀비 같다고 해서 ‘좀비 랜드’가 된 겁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마약은 ‘펜타닐’입니다.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100배 이상 진통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펜타닐은 원래 말기 암 환자들이나, 큰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인간의 단순한 쾌락을 위해 사용되면서 마약으로 변질이 된 겁니다.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만든 의약품이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면서, 사람을 죽이는 마약이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만 그런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잘 아는 솔로몬의 지혜입니다. 흔히 솔로몬을 지혜의 왕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솔로몬은 어쩌다가 지혜의 왕이 된 게 아니었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정의롭게 세상을 다스리도록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셨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솔로몬은 그 목적을 조금씩 잊어버립니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영광만을 위해 지혜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솔로몬은 총기를 잃어버립니다. 경제도 무너지고, 정치적 지배력도 무너지고, 결국 그의 화려한 업적은 완전히 무너지고 맙니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의도대로, 목적대로 지켜질 때 빛을 낼 수 있습니다. 법도 지식도 모든 것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의도’가 훼손되지 않고, ‘좋은 목적’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이 둘 사이에 아무것도 끼워 넣지 않는 것입니다. 이 둘 사이에 ‘내가 원하는 의도’를 끼워 넣는 순간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차량을 추월하려는 욕심을 끼워 넣자, 안전지대가 사고다발 지역이 되었습니다. 쾌락을 향한 욕망을 끼워 넣자, 생명을 살리는 약이 생명을 죽이는 약이 되었죠.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들려오는 뉴스를 다시 살펴볼 때입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볼 때입니다. 혹시 어느 순간 좋은 의도와 목적을 잊어버리고 길을 잃은 것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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