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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의인생상담]후회
  • 안산신문
  • 승인 2023.05.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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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부부상담사>

요즘 휴대폰으로 연락처를 검색하다 잘못 누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휴대폰을 바꾸고 이런 일이 잦아졌다. 예전 것 보다 새 휴대폰이 터치에 민감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상대가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면 이처럼 민망한 일도 없다. 이런 경우 난 바로 상대에게 메시지로 잘못 걸었음을 알린다. 덕분에 대개의 황망한 실수는 문자로나마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어제는 달랐다. 잘못 걸었다는 문자를 보지 못한 지인이 냉큼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급히 우체국에 가야 해서 조금 정신이 없었던 차였다. 지인은 늘 그렇듯 상냥하게 인사를 건넨 다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제 메시지 못 보셨나 봐요. 잘못 눌렀어요.”

“그래? 아이, 그 말은 하지 말지.”

지인의 말꼬리가 조금 길었다. 여전히 상냥하였으나 마음 상한 티가 났다. 그녀의 그 상냥한 투정이 내게 느닷없는 충격을 주었다. 내가 뭔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통화가 끝날 때까지 지인은 줄곧 나긋나긋했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았으나 그 와중에 내가 사과할 틈은 없었다. 혹 틈이 있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한참 후에도 그녀의 말이 맴돌았다. 그녀에게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 이럴 때 쓸 수 있는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그동안은 ‘전화를 잘못 걸었다’ 했을 때 마음 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친구에게 어제의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구해 봤다. 그녀라고 뾰족한 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보고 싶었어요’

‘그냥 전화 해봤어요’

‘이참에 밥 한번 먹죠’

서너 개의 예시를 추려 보았으나 그녀도 나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퍼뜩 잘못 전화를 건 상대가 남자라면 저 말을 어찌 받아들일까? 생각이 들었다. 헛웃음이 났다. 이런 작은 일에도 섬세한 사회적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을 정했다. 상대가 여자라면 ‘보고 싶었는지 오늘 전화를 잘못 걸었네요’ 하고 남자라면 ‘죄송합니다. 전화 잘못 걸었어요’ 하고 곧이곧대로 말하기로. 사회생활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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