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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수출국 상위권인 대한민국
  • 안산신문
  • 승인 2023.05.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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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입양의 날’이 지났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유괴되거나 고아로 서류가 조작되는 등의 보도가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코인논란 후폭풍에 가려 찻잔 속의 태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한심한 국회이다.

입양의 날은 국내에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정한 날이다. 가정의 달 5월에 한(1) 가정이 한(1)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에서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한 것이다.

올해로 18회째 맞이한 기념일이었다. 입양의 날부터 1주일을 입양주간으로 제정 다양한 행사를 펼쳤지만, 가슴에 와 닿은 게 없었다. 상투적인 입양 다큐멘터리, 해외에서 성공한 입양인들의 이야기, 친부모와의 만남과 오해 그리고 결말엔 행복으로 이어지는 식상한 패턴의 영화를 재방영해주는 것 외에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5월 초 그동안의 입양인에 관한 편견을 깨는 영화가 상영되어 주목을 받았다. ‘리턴 투 서울(return to seoul)’이 그것이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이 만든 프랑스 영화이다. 출연 배우들은 한국인들이다.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 본 우리나라에 관한 입양 영화여서 신선하기 그지없다.

이 영화는 프랑스로 입양된 20대 여주인공 프레디가 서울에서 겪는 일이 주 내용이다. 주인공의 일본행이 기상악화로 취소되자, 한국행을 택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펼쳐진다. 주인공은 애초 친부모를 찾으려는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친구들의 권유로 입양기관을 찾게 되고 친부를 만나게 된다. 주인공의 진짜 고민이 친부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프랑스인으로 여기며 살아온 프레디는 엄청나게 큰 문화적 혼돈에 빠지게 된다. 한국에서 함께 살자며 애원하는 친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주인공. 끝내 주인공은 친부의 애원을 차갑게 거절하며 한국을 떠난다. 이후 주인공은 세 번에 걸쳐 서울을 찾게 되면서….

기존의 눈물 짜내기 식 영화가 아니라 입양아가 겪는 현실의 고뇌를 공감하게 만든 영화이다. ‘내 부모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틀 속에 안주하던 예전의 영화가 아니다. 기존의 영화보다 입양인의 고뇌를 더욱더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수준 높은 영화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 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다. 그로 인해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될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까지 나왔었다. 그러면서 부끄럽게도 전 세계 입양인의 약 절반이 우리나라 출신이라는 통계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경제 대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무섭게 표현하면 우리의 아이를 수출(?)하여 돈을 버는 나라이다. 국내입양 수수료의 10배가 넘는 해외입양 수수료에 오래전서부터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해외입양은 출신국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없는 최후의 조치로서만 허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얼마나 부끄러운 우리나라의 국격인가. 최초의 해외입양은 전쟁이 끝난 1953년이었다. 1980년대 군사정권에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아이들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입양을 보냈다. 88서울올림픽 개최 전인 1985년에는 거의 9,000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입양되었다. 얼마나 창피하고 낯뜨거운 입양에 관한 역사인가? 정부는 1953년부터 2021년까지 해외입양 아동이 공식적으로 16만9454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빙산 아래 감추어진 입양아는 또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입양 가족들이 행복하게 삶을 꾸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출산 해결을 위한 대책과 미혼 부모 지원 대책 등을 효율적으로 세워야 한다. 입양아동, 입양가정에 관한 복지정책과 연계하여 고강도 지원책을 세워야 한다. 국외 입양보다 국내 입양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확한 입양 실태 조사 및 사후 관리에 따른 다양한 입양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내입양 관련 홍보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입양의 날 전후로 하는 홍보는 하나 마나 홍보에 지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외입양 상위권이란 오명을 없애야 한다. 국회는 믿을 수 없고, 오로지 국민 몫으로 다가온 슬픈 입양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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