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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 안산신문
  • 승인 2023.05.3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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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유키 구라모토’의 콘서트 제목은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였다.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은 안녕하지 못했다. 코로나와 경제 불안, 세계전쟁 등 안전에 대한 불안은 우리의 마음마저 불편하게 했다. ‘유키 구라모토’는 이런 대중의 마음을 읽고 마음을 쉴 수 있는 편안한 연주회를 마련했다.
 공연장에는 중년의 부부나 어린 학생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마음이 편안함을 눈으로 읽을 수 있었다. 피아노 연주를 생각하면 졸린 음악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막상 나도 아주 오랜만에 지인의 초대로 연주회에 참석했다. 예상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위안이 되는 연주였다. 1부 피아노 독주에 이어 2부는 합주였다. 상당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유키 구라모토’는 어눌한 한국어로 연주를 성실하게 설명해서 더 쉽게 연주를 즐길 수 있었다.
 연주는 시간의 흐름을 즐기는 곡이었다. 명상하는 마음으로 하루의 시간을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온전히 집중하였다. 기분 좋은 소리를 듣는 일, 연주를 듣는 일은 행복하고 평안한 일이었다. 4명이 합주하는 콰르텟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연주도 훌륭했다.
 지난겨울에 모 스포츠 대회 후 시상식장에서였다. 스포츠 대회인 만큼 시상식장에는 후끈한 열기와 만찬장의 음식 냄새, 사람들 간의 활기찬 대화가 안주로 분위기를 돋우었다. 그 행사의 축하무대로 국악을 전공한 가수가 왔다. 스포츠 행사라고 꼭 트로트 가수나 댄스 가수가 와야 할 이유는 없으니 의아했다. 그러나 그녀가 연주를 시작하자 그날의 고조된 분위기는 단번에 가라앉았다. 처량한 노랫소리에 당황한 사람들은 어울리지 못하고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먹거나 손뼉을 치거나 해도 불편하였다. 장소도 그렇고 분위기도 아닌 장소에서 혼자 고고히 독창하다니, 옆에 앉은 지인은 그 느낌을 북한 가수가 노래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런 장소에 초대되어 국악을 부른다는 느낌에 어색하였을 것이다. 다행히 마지막 곡은 우리도 아는 ‘희망의 나라’를 불러서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같이 불렀다. 뒤풀이에서 그 가수와 우연히 한자리에 앉게 되었다. 작년에도 왔다고 했다. 작년에 비해 관객의 관람 태도가 엉망이라고 같이 온 매니저를 계속 타박했다. 나의 관람점수도 꽤 낮은 듯하여 자리가 불편하였다.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스포츠 행사에 초대된 가수는 적어도 그 행사를 취지를 알고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불러야 했다. 아니면 분위기를 클래식으로 완전히 바꿀 무대 장악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음악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소음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우리의 생활을 좌우한다. 주변에서 들리는 백색 음으로는 비 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이 있다. 이런 소리는 우리가 평상시에 듣고 지내는 일상적인 소리여서 비록 소음으로 들릴지라도 심리적으로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또 항상 들어왔던 자연 음이기 때문에 그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자연의 소리를 통해 우리가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호감을 느끼게 돼 듣는 사람은 청각적으로 적막감을 해소할 수 있다.
 건강한 소리는 사람을 만족시키고 변화하게 만든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음악, 연주회가 아니라도 주변에서 많이 들을 수 있다. 내가 하는 아름다운 말도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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