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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의 경영학
  • 안산신문
  • 승인 2023.05.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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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마음은 속살이다. 눈으로 볼 수도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마음은 느낌과 뜻, 생각의 세 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느낌은 뜻과 생각을 둘러 싸고 있는 가장자리에 있어서 몸과 경계를 이룬다. 원자의 핵을 둘러싼 가전자(Electron)가 움직이듯 느낌도 생각과 뜻과 달리 더 잘 움직인다. 
사람의 마음이 몸 밖의 부딪히는 사건이나 상황에 따라 마구 요동치고 변하는 것은 몸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느낌은 눈, 귀, 코, 혀, 피부의 오감의 감각기관을 통한 마음의 촉이다. 그래서 느낌은 거짓과 거리가 멀다. 순수하면서 여과되지 않은 야생이다. 한 때 필리핀에서 회사를 경영한 일이 있다. 
넒은 공장은 아침에 둘러보는데 한 시간 남짓 걸렸다. 만나는 직원들과 인사도 하고, 공정마다 배여 있는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는다. 단지 둘러 보고 느끼는 분위기를 읽고 소통한다. 여섯달이 지나면서 놀라운 능력이 생겼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찾아내게 되었다. 평소의 느낌과 달라졌을 때 그곳에는 반드시 문제가 있었다. 난 이런 느낌을 경험적 직관이라고 불렀다.  
  오늘날 가장 탁월한 심리학자로 불리면서 신경과학, 철학자이며, 뇌과학연구소장인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교수는 ‘느끼고 아는 존재’, ‘느낌의 진화’, ‘느낌의 발견’, ‘데카르트의 오류’, ‘스피노자의 뇌’를 썼다. 그는 우리의 의식, 생각, 이성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의식은 복잡한 유기체인 몸의 기초적인 부분에서 시작된다. 그는 몸, 감각, 외부환경의 이미지를 통해서 의식이 만들어지고 그 기본적인 이미지를 통해 느낌이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성과 느낌은 분리될 수 없고 이성의 뿌리가 느낌이라고 한다. 올바른 의사결정, 도덕적 판단은 자신의 최적화 상태를 유지하랴는 생명의 특성인 항상성(homeostasis)의 조절로부터 시작되는 몸의 소리 즉 느낌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어로 느낌(feeling)은 기분, 감정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다. 그러나 느낌은 감정과 차이가 있다. 우선 느낌은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마치 전기스위치를 켜자마자 불이 들어오는 것과 같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천재성에 대한 질문에“직감(느낌)과 영감을 믿습니다. '내가 맞구나' 하는 느낌이 종종 들죠. 진짜 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 1929년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 대답이다. 
아인슈타인은 본능적 느낌을 무시하는 것보단 일단 신뢰하고 차후 검증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직감(直感)은 사물이나 현상을 접했을 때 증명하지 않아도 곧 바로 느껴서 알고 있는 감각이다. 이런 직감과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논문에 의하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의 심리학과 마리우스 어셔 교수의 연구진은 ‘인간의 직감 90% 적중’ 이라는 가설과 설정하고 직감으로 정답을 맞추는 실험을 실시했다. 결과는 놀라왔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평균 90%의 확률로 정답을 맞추었다.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실패를 범한다. 결정장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느낌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직감에 많이 의존하는 사람도 있고, 직감은 비과학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생각해서 아예 배제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판단이 더 정확할 것 같지만 의외로 직감에 따른 결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많다. 
예를 들어 큰 기업을 이룬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대부분 자신의 직관에 따라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업이나 공동체의 리더들은 흐름에 민감해야 한다. 조직이나 공동체의 사회적 평판을 느낌으로 알아야 한다. 여론과 평판의 사회적 느낌에 둔감해진 정치인들을 보면 씁쓸하다. 
정서적 여백을 가시돋힌 선인장으로 메우면서 다른 사람을 찌른다. 정치는 생물이다. 모든 생물은 정서적이다. 느낄 줄 안다. 하등생물들도 위험이 주는 느낌을 알아채고 반응한다. 관계적 인간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만들어냈다. 민주주의는 질문과 느낌으로 가득찬 소통의 장이다. 민주주의는 유기적 관계성과 개인의 개별성이 보장되는 곳이다. 느낌을 배제하는 이기주의적 행동은 이 둘의 가치를 훼손한다. 
느낌의 경영은 타인의 느낌을 느끼는 것이다.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것이고 좋은 것에 긍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즐거워하고, 타인의 아픔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공감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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