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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미학
  • 안산신문
  • 승인 2024.04.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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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제학박사>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인간은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신이 인간에게 주신 기억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누구나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나, 결코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과 함께 살아간다. 삶의 이야기는 만남과 헤어짐, 성공과 실패, 건강과 아픔 등 터널과 굴곡을 지나면서 빛을 보는 순간 흥미진진해진다. 이야기들은 머리와 가슴, 몸에 기억들을 저장한다. 
삶의 이야기는 커다란 강물처럼 흐르고 수많은 지천과 연결된다. 우리 이야기들도 지천의 작은 기억들로부터 맥락을 따라 흐른다. 우리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추억한다. 매일을 살면서 좋은 기억을 만들면 그 기억들이 더 좋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 나쁜 기억들은 때로 도전해야 하는 용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나쁜 기억들은 마음의 위축하게 하고 병을 만든다. 
나쁜 기억을 지우는 방법은 좋은 기억들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나쁜 기억에 사로잡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아픈 상처와 슬픔, 나쁜 경험이 마음에 기억되어 자기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기억은 우리 삶을 빛나게 하는 보석과 같다. 우리가 경험한 순간들의 향기와 색채를 간직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기억은 자아 성장과 변화의 이야기 가운데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엇이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기억은 우리를 연결하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젊은이는 꿈을 먹고 살지만 나이가 들면 기억을 먹고 산다. 젊은 시절 만든 좋은 기억은 노년을 행복하게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도 이야기에 머무를 때 행복하다. 생생히 살아있는 기억은 삶의 생기를 잃은 어느 날 꺼내어 보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다.
  기억(remembrance)이란 과거의 경험과 학습을 머릿속에 새겨 두어 보존하거나 되살려 생각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기억은 분명하지 않고 희미하고 아련하다. 어떤 기억은 너무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기억은 때에 따라 왜곡되거나 꾸며지기도 한다. 우리가 직접 학습된 경험도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고, 자신이 이해하고 수용한 것들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습된 경험과 지식은 내일을 예측하고 변화에 적응하는데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지혜가 된다. 때문에 좋은 기억, 나쁜 기억도 유익하다.
  우리는 기억을 리셋할 필요가 있다. 머리에 저장된 지식은 끊임없이 바뀐다. 과학뿐만 아니라 신학이나 인문학도 다양한 메시지로 바뀐다. 주체인 사람이 바뀌기 때문이다. 새롭고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기억을 리셋해야 한다. 우리의 마음에 저장된 기억도 리셋해야 한다. 과거에 옳다고 여겼던 감정이 자신이 아집이나 고집이란 걸 알게 된다. 오래 전에 심리학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어떤 수강생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녀는 교회를 가기 싫은 이유가 하나님을 아버지로 호칭하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엄격하고 두렵기만 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마음에 기억되어 아버지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고 부모가 되고 보니 아버지의 엄격함이 사랑의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오해와 편견으로 오염된 기억은 갈등과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다. 생생한 10년전 세월호의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세월호의 기억을 리셋해야한다. 아이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아야 한다. 어른들의 무책임, 불의, 탐욕, 회피로 죽어간 아이들의 희생을 부끄럽게 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의 고결한 희생에 덕지덕지 눌어 붙어 색깔조차 바랜 사악한 욕심들을 세탁해야 한다. 아이들을 잃은 가족들도 슬픔을 딛고 아이들과 연결되어야 한다. 아픔을 승화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아이들과 함께 했던 행복한 이야기들을 기억하면서 아이들이 가졌던 꿈과 희망을 이루면 된다. 몸으로 기억되는 것을 체화라고 한다. 
몸으로 체화된 기억은 버릇, 습관, 역량으로 나타난다. 기본을 익히지 않은 채 몸의 기억을 리셋하지 않으면 더 나아질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봄이 되어 골프연습장에 등록을 하고 일주일에 몇 번씩 연습을 간다. 연습하는 모두가 자세가 제각각이다. 
코치가 지도하지만 금방 본래의 자세로 돌아온다. 몸에 기억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환경이 바뀌면 우리 몸도 새로운 기억으로 리셋되어야 한다. 건강한 영혼은 몸과 마음, 머리의 기억이 리셋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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