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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의 인생상담]악취는 숨길 수 없다.
  • 안산신문
  • 승인 2024.05.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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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부부상담사>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인 사우스다코타의 주지사인 노엄이 요즘 화제다. 다음 달 발간되는 회고록 발췌본에서 그녀가 밝힌 두 가지 일화 때문이다. 그녀는 “새를 쫓고 닭을 물어뜯고 에너지가 엄청난” 독일산 사냥개를 키우다 “ 감당하지 못해 자갈밭에서 쏴버렸다. 사냥개로 가치가 없고 너무 싫었다”고 했다. 이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자녀들을 따라다니며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며 염소를 쏴 죽인 일까지 밝혔다.
  누가 봐도 떳떳하지 못한 일을 자기 회고록에 당당히 실은 이유가 무엇일까? 전통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자기의 추진력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그녀는 회고록에서 무심코 자신의 이면을 드러내고 말았다. 사람들은 이제 추진력 있는 여자로 그녀를 보는 대신 자기가 기르는 동물이라도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쏘아 죽일 수 있는 여자로 볼 것이다. 무서운 건 그녀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자기가 한 일이 온당치 않다는 걸 모른다는 거다. 이런 심성을 가진 자가 권력을 손에 넣는다면 이보다 더 한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때 그녀가 제물로 삼을 대상은 사냥개나 염소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그녀의 정적 혹은 그녀의 앞날에 장애가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녀의 잠재적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어떤 모임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그 모임의 신임 총무를 원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그녀의 아이가 수술해야 하는 바람에 일이 어긋나 버렸다. 주변에서는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게 자꾸 총무 자리를 권했다. 고사했지만 설득은 계속되었다. 엉겁결에 임시 총무를 하다가 그녀가 돌아오면 그녀를 보조하는 부총무를 하겠노라 약속하고 말았다.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단지 그녀의 아이 둘이 아파 병원에 자주 드나들고 그 병이 중하다는 정도만 얻어들었다. 그녀가 원한 총무 자리를 내가 보존해 주고 싶었다.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금세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와 나는 손발이 맞지 않았다. 나는 첫 모임을 끝내고 모임 방 게시판에 공지 글을 올렸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행사를 잘 마쳤고 조금 부족한 면은 다음에 바로 잡겠다는 취지의 그저 그런 글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글을 그렇게 쓰면 주최 측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트집을 잡았다.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모임의 다른 회원들에게 게시글에 대해 의견을 구해 보았다. 딱히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일을 겪은 다음 나는 그녀에게 역할 분담을 요구하였다. 서로 스타일이 다른 것 같으니 명확하게 일을 나누고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제안이었다. 그녀는 거절했고 그래서 나는 직함을 내려놓았다. 그녀가 어떤 지점에서 무슨 이유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으니 갈등은 계속될 것이었다. 다소 무책임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후에도 겉으로나마 그녀와 편하게 지냈다. 그녀는 꽃에 대해 조예가 있었고 내가 다른 이들에게 그녀의 그런 점을 소개하면 아주 좋아했다. 그날도 사람들에게 그녀가 원예 전문가라고 소개한 날이었다. 그녀는 신이 나서 마구 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새 아파트로 옮겼는데 곧 있을 동대표 선거에 나가겠노라고 했다. 그런 다음 입주자 대표들을 설득하여 그 아파트 정원을 제 식대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그럴 수 있지. 나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돌아서며 날린 한마디 때문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거기도 다 휘질러 놓아야지.” 그녀가 너무 고무되었던 탓이었을까? 그 한마디로 비로소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영향력을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파괴적인 영향력을 끝없이 추구하는 여자.
 노엄 주지사나 내 친구는 무심코 제 본색을 드러냈다. 언제나 그 무심코 때문에 모든 게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악취는 결코 숨길 수 없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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