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제학박사>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을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당신이 나와 부딪히게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인도의 요가와 명상으로 많은 사람의 스승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는 등 자선사업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 바바 하리 다스(Baba Hari Das. 1923~2018)의 말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이다. 배려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관계적 질서를 위해 당연히 지켜야 할 정해진 법이나 도덕과 같은 규범적 약속과 달리 예외적 법칙이다. 사실 배려가 가득한 사회에서는 법이 무의미하다. 
배려는 이기적 유전자의 속성을 무색하게 한다. 가정과 이웃, 사회 공동체의 평화는 배려에서 시작한다. 배려는 틈새없이 퍽퍽한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이다.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쓴 한상복의 말대로 배려는 선택이 아니다. 공존의 원칙이다. 사람은 능력이 아니라 배려로 자신을 지킨다. 사회는 경쟁이 아니라 배려로 유지된다.
  하이데거(M. Heidegger. 1889~1976)는 공존성(共存性)에 기초한 배려를 인간 삶의 존재 그 자체라고 했다. 그는 배려를 다른 생물들을 염려하는 태도,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걱정, 가장 심도있는 존재론적 갈망들, 스쳐가는 근심의 순간들, 그리고 인간 삶에 따라 오는 모든 근심과 비애를 포함한다. 
나딩스(N.Noddings.1929~)는 이런 점에서 배려를 인생의 궁극적 실재와 연계한다. 배려는 넒은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 삶의 모든 요소에 스며들어 있는 근본적 관계이다. 사회적 상호관계, 의사소통, 대화, 자아존중, 공감, 헌신, 협력 등 다양한 덕목들은 배려를 기반으로 한다. 사전적 의미로 배려(Consideration)는 고려, 배려, 생각, 이해, 숙고의 다양한 의미가 있다. 배려는 생각하여 헤아려 보는 것(考慮). 마음 속으로 헤아리거나 고려하는 것(생각), 잘 헤아려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것(理解), 어려운 문제나 일 따위를 곰곰이 잘 생가하는 것(熟考)이다. 공통적으로 미루어 짐작하거나 가늠하여 살피는 헤아림을 말한다. 
배려는 프랑스어 톨레랑스(Tolerance)와 유사하다. 르네상스 시대의 지성인 카톨릭의 사제 에라스무스(D. Erasmus.1466~1536)는 톨레랑스를 온정, 호의와 관련된 자선의 동의어로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보았다. 존 로크(J.Locke.1632~1704)는 교회의 주된 특징이 톨레랑스라고 하면소 교회가 사람에게 자선, 친절, 호의가 없다면 예수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배려는 수용이다. 사람들의 잘못이나 허물을 받아들인다. 인간은 허점 투성이다. 불완전하다. 누구나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불완전한 존재가 인간의 속성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대하는 마음을 너그럽고 보고, 아우르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배려는 친절과 성의이다. 인간에 대한 존중하는 태도이다. 
구약성경의 말씀대로 배려는 “남이 너희에게 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배려는 섬김이다. 섬김은 대상을 헤아려 서비스하는 것이다, 서비스는 이익을 배제한다. 배려는 이기는 싸움보다 화해와 평화를 선호한다. 배려는 마음을 여는 것이고, 용서하고, 화해와 조화를 중재하는 넉넉한 마음이다. 배려는 모나지 않은 착한 마음이다. 이기심은 그 반대이다. 배려는 이웃이 기쁨, 슬픔, 어려움에 함께 기뻐해주고, 슬픔을 나누고, 어려움을 살피고, 도움을 주려는 공감이다. 배려는 힘이 있는 사람, 가진 사람이 힘이 없고 약한 사람에게 베푸는 은덕이 아니다. 물론 리더십의 절대적인 신뢰성에는 배려의 속성이 있다, 그러나 배려는 리더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인성이다. 사회적 배려가 세상을 살맛나게 하고 아름답게 한다. 
배려는 자발적이기에 더 아름답다. 전철 안에서 노약자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젊은이들이 아름답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폐지를 가득 담은 리어카를 끌고 언덕을 오를 때 뒤에서 모르게 밀어주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 의대정원을 늘리는 일로 의료현장을 떠나는 의사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의사들은 여전히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한다.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생명을 살리고 의사의 본질에 우선하고 환자를 배려하는 그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지지하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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