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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 안산신문
  • 승인 2024.05.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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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알에이치코리아)

  너무 멀다. 미술관에서 칼 라르손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든 생각이다. 화가라면 시대의 아픔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 따위 가볍게 무시하는 듯이 가족의 소소한 일상만이 담긴 그림. 익숙한 유화의 강렬함이 아닌 수채화의 파스텔 톤. 이리저리 보아도 행복만이 넘치는 그의 그림은 행복의 희소성을 느끼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리감이 들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본 적도, 앞으로 평생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스웨덴의 국민화가. 북유럽풍의 인테리어가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이케아(IKEA)의 모든 가구에 영감을 주었다는 칼 라르손. 먼 나라의 생소한 그가 그리는 행복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으로 이 책을 들게 되었다. 
  글쓴이 이소영도 스웨덴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칼 라르손의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따뜻하고 예쁜 그림을 그린 화가는 누구일까?’ 궁금해하며 무작정 스웨덴으로 떠났고, 칼 라르손이 살던 집 ‘릴라 히트나스(작은 용광로)’에서 행복의 비밀을 찾았다. 
  책은 이런 집필 계기가 담긴 ‘PROLOGUE 칼 라르손이 그린, 행복이 궁금해서’로 시작한다. 그 뒤는 빈민가에서 태어난 칼 라르손이 어떻게 화가가 되었는지, 카린과 결혼하고 8명의 아이들을 기르면서 어떤 행복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 행복의 증거인 ‘릴라 히트나스’를 어떻게 완성해 갔는지 차례대로 그려진다.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따뜻한 가족, 편안한 집, 안정된 생계?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칼 라르손은 빈민가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화가로 인정받기까지 고생했으며, 이후에는 돌아온 아버지와의 관계, 사랑하는 아이들의 죽음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그린 행복은 거짓인가? 아니면 우리가 잘못 보고 있는 것인가? 정답은 카린이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에게 쓴 편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칼은 성장 과정에서 많은 슬픔과 고통을 겪었고, 어느 시점에는 자신이 처한 불행에 굴복당했지만 결국 자신을 믿는 힘으로 스스로 일어섰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제 인생을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미래가 있을까요?”(105쪽)
  결국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잘 찾아내었기 때문에 그가 그린 가족의 일상은 더없이 찬란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행운은 알아서 찾아오지만 행복은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해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면서 행복해지는 것이다. 책 제목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는 그래야만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그림은 행복을 이루는 마법의 주문인 것이다. 
  특별한 행복의 비밀 따위는 없었다. 그는 단지 그냥 별일 없는 하루를 그림으로 기록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별일 없는 하루가 왜 그렇게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65쪽)
  겨울이 길고 봄이 짧은 나라에서 살면서 봄빛과 꽃향기가 가득한 그림을 그렸다는 것, 밑그림부터 그리는 과정이 하나하나 보이는 수채화를 주로 그렸다는 것, 아이들이 태어날 때마다 릴라 히트나스를 확장하며 끊임없이 보금자리를 다듬어 갔다는 것. 이런 것들을 보면 그가 추구하는 행복이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갈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도 우리에겐 행복을 찾으려는 하나의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 꼭 릴라 히트나스가 아니더라도 우리들의 리딩 누크(북유럽의 인테리어에서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구석 자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서 이 책과 함께 오롯이 우리만의 피카(fika, 스웨덴 사람들의 커피 마시는 시간)를 즐기면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현숙<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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