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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 안산신문
  • 승인 2024.06.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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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요즘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노랗게 무리지어 핀 금계국이 눈길을 끈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참 아름답구나 감탄하다가 나도 심어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씨앗을 검색해 본다. 야생화 씨앗은 판매 단위가 소량이 아니어서 비싸다. 모종은 심으면 바로 꽃이 피는데 씨앗은 나서 발아하고 꽃을 피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주말농장 밭둑과 산비탈에 꽃씨를 뿌리려고 주문을 했다.
 자연은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길가에 잡초도 아름답지만 노란 꽃에 둘러 싸인 주말농장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지금도 농장 가장 가장리엔 데이지와 자연적으로 올라 온 메리골드도 활짝 꽃피우고 있다. 메리골드는 작년에 심었는데 봄이 되자 엄청난 생명력으로 자라 꽃밭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젠 해바라기도 왕성하게 성장 중이지만 상추나 쑥갓이 주는 행복과 꽃이 주는 위안은 다르다.
 밭에서 땀 흘리고 일하는 노동이지만 너무 행복한 시간이다. 나는 농장에 들릴 때마다 꽃과 식물에게 고맙다고 말을 건다. 또 잡초에겐 원래는 너의 자리였는데 뽑아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식물과 대화하는 시간은 자연에서 서정시를 읊는 느낌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잘 보이지 않는 집 뒤안이나 텃밭 구석, 집앞 길에다 꽃을 심었다. 그래서 시댁에 가면 봄,여름,가을 내내 꽃이 있었다. 어디가서 꽃씨를 받거나 꽃모종을 얻어 와서 꽃을 늘렸다. 봄이면 뒷마당 전체가 분홍 꽃잔디로 덮히고 모란 작약이 피고 지고 뒷밭에는 복숭아꽃, 사과꽃, 배꽃이 피었다. 어머니의 꽃밭이나 나의 주말농장 사진은 나의 자랑이다. 휴대폰에 저장된 보물 꽃밭을 지인들에게 자랑하곤 한다.
 『삼국사기』 저자 김부식은 백제 온조왕 시기의 궁궐을 보고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고 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 정영선”씨도 자신의 정원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원 조경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설계를 하고 건설하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정영선 조경가는 한국의 산과 들을 둘러보면서 다양한 한국의 미를 정원에 조화롭게 접목시켰다. 그가 설계한 조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 많다. 서울의 선유도 공원은 원래 폐정수장이었다. 그녀는 폐정수장 건물을 활용하여 공원을 만들었다. 선유도 공원의 아름다운 경관 아래에서 우리문학회는 시낭송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 곳에는 낮과 밤, 사계절이 모두 시詩가 되는 공간이었다.
 정연선 조경가의 <땅에 쓰는 詩>라는 일대기를 영화로 보고 나니 그녀의 철학과 사상이 그녀가 만든 도시 정원 곳곳에 녹아 있음을 알수 있었다. 그녀는 날마다 식물과 대화를 나누며 시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녀는 조경할 곳의 지형, 식물의 습성과 식생, 색깔, 환경, 역사성, 전통, 이용하는 사람, 공간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시심으로 조경을 설계한다고 했다. 또 인위적인 냄새를 피우지 않고 마치 나무와 꽃과 풀이 원래 그곳에 그렇게 있었던 것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꽃이나 심고 나무나 심는 게 조경이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을 넘어 국토를 보는 눈을 다시 갖게 만드는 것이 조경가로서 자신의 마지막 꿈이라고 말한다.
 주말엔 그녀가 써 놓은 시를 읽으러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한강 샛강에 가 보아야겠다. 자연스럽게 시 한 편을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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