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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기 없는 일주일> 
  • 안산신문
  • 승인 2024.06.0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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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은숙 / 출판사 창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에 나오는 잔인한 학교 폭력과 반성하지 않는 극 중 가해자의 모습에 다수의 국민은 분노했다. 이러한 국민의 여론에 밀려 국회에서도 학교 폭력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사회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용기 없는 일주일> 속 평화 중학교는 빵셔틀(빵 심부름)을 막기 위해 학교 매점을 폐쇄한 교장과 아이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창문이 한 뼘 이상 열리지 않게 만든 교육감의 졸속 대처가 나온다. 본질을 외면한 채 처벌과 진학에 대한 불이익만 들이대며 학교 폭력을 해결하려는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 쓴웃음만 나온다. 

  폐쇄된 매점을 이용할 수 없던 박용기는 학교 담장을 넘어 오재열이 시킨 빵셔틀을 하다가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박용기의 사고를 들은 윤보미가 바로 ‘자살’을 떠올릴 정도로 용기에 대한 학교 폭력을 반 아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이에 담임은 “그동안 용기를 힘들게 했던 세 녀석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중에서 셋! 그게 누구인지 당사자는 알 거라 믿는다. 딱 일주일 주겠다. 자수해라.”라고 말했고, 아이들은 그동안 용기를 괴롭혔던 허치승과 오재열을 제외한 아리송한 ‘제3의 인물 찾기’를 시작한다. 

  ‘제3의 인물 찾기’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사람은 윤보미, 김재빈, 허치승이었다. 세 아이는 용기가 왕따를 당하고 있을 때는 관심이 없었지만,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사고 직전 전화 한 통을 받지 않은 일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는 윤보미, 학교 게시판에 가해자로 몰리자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김재빈, 학교 일진으로 용기를 괴롭힌 것은 맞지만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부풀려진 것을 바로 잡으려는 허치승이 적극적으로 ‘제3의 인물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진실을 알수록 용기에게 했던 미안한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세 아이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조금씩 변화한다.

 '어쩌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른 얼굴을 가진 아이가 제3의 아이일지 모른다. 담임은 의외의 인물이라 했지만 그건 담임 생각일 뿐이었다. 얌전하고 반듯한 얼굴로 온갖 나쁜 짓을 하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허치승과 오재열이란 커다란 그늘을 방패 삼아 안 보이는 곳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박용기를 괴롭혔을 테고, 그걸 본 아이들도 있을 거였다. 오재열이 박용기에게 헤드록을 걸 때 재빈이 모른 척하며 옆에 있었던 것처럼.' P 87

 학교 폭력을 주도했던 오재열은 오로지 자신의 불이익에만 전전긍긍한다. 자신이 한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의 부모는 쉬쉬하며 사건을 숨기려고만 한다. 하지만 학교 폭력의 원인을 단지 학생과 잘못 키운 학부모의 탓으로만 단정 짓는 것이 옳은 일일까? 세 명의 아이들이 진실을 찾아가며 깨달은 것처럼 군중 심리도 이에 못지않게 영향을 미쳤다. “용기가 싫어할 만한 행동을 하긴 했지만 반 전체가 몰아서 싫어할 만큼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몰아붙여야만 나에게 손가락질이 돌아오지 않을 거란 이기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처럼 개인주의로 물든 사회에서 자라온 게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아이들은 갈수록 남에게 관심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자존심에 상처 입거나 무시당하는 것을 못 참는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인성을 가르치기보다 입시에 중요한 학업만 중요시하며 아이들의 서열을 정당화한다. 온종일 작은 교실에서 30여 명이 모여 생활하며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아이가 만만한 아이를 괴롭히며 화풀이를 하고 이기적인 아이들은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며 방관한다. 자신의 잘못을 다 용기 탓으로 돌리던 비겁했던 허치승이, 친구의 괴로움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공감하지 못한 김재빈이, 자신의 잘못을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던 윤보미가 반성하는 데에는 용기 없는 일주일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 사회가 학교 폭력의 본질을 깨닫고 변화하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이순옥<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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