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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의 날 단상
  • 안산신문
  • 승인 2024.06.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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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덩굴장미에 가슴까지 붉게 물듦을 느낀다. 길을 걷다가 중학교 담장에 걸린 현수막 문구에 발길이 절로 멈춘다.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 왠지 씁쓰레한 웃음이 나온다. 금연 캠페인 현수막이다. 담배는 답이 없고 나는 no담(담배를 피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어제오늘의 현수막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달릴 현수막이다.
오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세계 보건 기구가 1987년에 처음으로 지정했다. 금연만 생각하면 한때 우리나라 코미디계를 주름잡았던 고 이주일 씨가 제일 먼저 떠 오른다.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애연가였다. 하루 담배 2~3갑을 피우던,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애연가였다. 그러다가 1991년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진 이후, 그의 흡연량은 급속히 더 늘었다.
2001년 11월 폐암 말기를 선고받았다. 이후 그는 금연 명예교사, 범국민금연운동추진위원회 공동대표, 금연 광고 촬영 등 금연운동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던 그의 아픈 음성이 귓전을 때린다. 그는 결국 폐암으로 숨지고 말았다.
담배 연기에는 수많은 유해성분이 들어있다. 특히 니코틴은 중독성이 매우 강해 폐암 등 많은 병을 유발한다. 또한, 흡연은 비흡연자에게도 해를 끼쳐 많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아파트에서 심심찮게 흡연 자제방송이 나오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이다.
학창 시절 큰댁은 담배 농사를 크게 지었다. 담뱃잎 따는 게 큰 고역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담뱃잎을 따서 지게로 운반하고 어른들은 건조실에 담뱃잎을 매달았다. 이때부터의 고생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밤낮으로 무연탄 아궁이와 씨름하던 조리 작업은 가족 모두에게 잠을 빼앗아갔다. 손끝마다 진득한 담뱃진이 새까맣게 묻어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더욱이 담배 찌는 냄새는 숨을 못 쉴 정도로 헉헉거리게 만들었다.
가난했던 시절, 담배 농사는 돈다발을 만질 수 있는 최고의 농사였다. 큰댁은 작은 동네였지만, 동네로 들어서는 서낭당 고개에서 내려다보면 건조실이 많았다. 하지만 그 많던 담배 건조실도 금연운동과 1988년 담배시장 개방 등으로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 그 높게 보이던 건조실 무너지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담배는 포르투갈 상인들에 의해서 필리핀으로 처음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17세기 광해군 때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광해군 당시 조정관리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가 임금에게까지 날아와 광해군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러시아와 튀르키예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손을 자르거나 심지어는 목까지 베었다는 무서운 이야기도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1668년(현종 9년) 하멜은 그의 표류기에 ‘조선 아이들은 4, 5세만 되면 담배를 피운다.’라고 썼다. 우리 민화에 호랑이가 장죽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는 으레 옛날옛날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로 시작된다. 담배가 생활에 깊은 뿌리를 박고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안산시 보건소가 시민들의 건강을 돕기 위해 매달 걷기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의 주제는 ‘걷고, 플로깅(담배꽁초 줍기)하자’였다. ‘세계 금연의 날’을 기념해서 15만 보 걸으며 담배꽁초를 줍는 의미 있는 미션이다. 참여자에게는 추첨해서 특별선물까지 주어졌다. 건강과 환경을 위해 의미 있는 안산시 보건소의 챌린지였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까지 잡는, 일석이조 챌린지였다.
  청소년의 흡연 시작 연령이 빨라지고 있다. 초등학생의 흡연율도 높아지고 있다. 초등학생의 흡연율이 4%나 된다는 통계까지 있다.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고 싶지만, 실제 초등학생도 담배를 피운다. 일단 흡연을 시작하게 되면 습관화되어 끊기 어렵다.
다양한 흡연 예방 교육으로 청소년들에게 접근해야 한다. 호기심이 가장 높을 때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이다. 담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 흡연의 폐해를 조기 예방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 학교, 사회, 정부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 현수막이 자연스레 사라질 날이 오기는 올 것인가? 절대 아니다. 흡연율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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