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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사전언(香死傳言)’
  • 안산신문
  • 승인 2024.06.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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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귀의불 양족존(歸依佛 兩足尊)’ 불교에서 부처님을 양족존이라 한다. ‘지혜와 복덕을 구족한 분’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복덕이란 복은 받는 것이고 덕은 베푸는 것을 말한다. 덕을 베풀고 복을 받는 일, 복덕은 자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불교는 ‘귀의불 양족존’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지혜와 자비를 본질로 하는 종교다. 부처님의 인간적 종교적 특성도 지혜와 자비에 있다. 불교도가 추구하는 이상이 부처님이라 할 때 우리는 지혜와 자비를 구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불교도나 다른 종교나 신앙의 기저에는 자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신앙에 의지해서 자신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 남을 먼저 배려하는 자비가 있기가 어렵다. 그러나 생로병사라는 생의 진리를 초월하고자 하면 깨달음과 함께 자비의 마음이 없으면 부처의 정신은 없다.                            
 자비나 지혜는 일상에서 항상 숨어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눈앞의 생활에 지쳐 바쁘게 살아가면서 남을 돌아보고 남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치는 일은 성자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다. 사람의 괴로움은 끝없는 욕심에 있다.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봉사는 진정한 자비가 아니다.
 요즘은 일상의 모든 서류가 인터넷으로 접수하게 되어있다. 우리 단체의 대외활동도 모두 정부에서 운영하는 보탬-e 시스템에서 처리해야 한다. 편리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나 하는 사람은 복잡하기만 하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받고 동영상으로 배우고 책으로 공부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겨우 사업 하나를 마무리했다.
 저절로 불평이 나온다. 사업의 중요성과 필요, 이 모든 근본을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회장이 되고 몇 개월 동안 서류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더 문제는 모든 예술인에게 이 시스템을 적용하여 예술 관계에 대한 사업이나 개인사업을 하라고 한 것이다. 모든 예술인의 저작 활동에 대한 자료나 지원을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로 정리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할 것이다.
 내가 단체의 장으로 있는 문인협회의 평균 연령은 65세이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노인도 많지만 겨우 휴대폰의 톡이나 볼 수 있는 사람도 많고 아예 휴대폰이 없는 분도 계신다. 이런 분에게 정부의 지원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내가 처리해야 할 협회의 일도 바쁜데 도와달라는 회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조건 해주라고 떼쓰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부탁하는 게 싫어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자비는 한계가 있어 어쩐지 얄미운 사람이 있고 내가 좀 더 못 도와줘서 안달이 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나의 잣대엔 너그럽고 남의 잣대는 날카롭다. 나는 불교도가 아니라는 핑계를 대며 변명해본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사실은 자비의 마음보다는 상대적으로 움직인다.
 ‘향사전언(香死傳言)’ 이라는 시에서 박노해 시인은 향기에 유언을 썼다고 표현한다. 사람의 일생이 향기처럼 아름다운 여운을 남긴다. 나의 일생이 이처럼 아름답고 여운이 있는 일생이라니. 석가모니의 일생은 후세에 황하의 모래처럼 많은 중생에게 많은 울림과 깨달음과 향기를 전했다.
 불교의 본질인 자비와 깨달음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만약 우리의 자비행이 부처님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당연하다. 나는 욕심에 찌들어 세속에서 아등바등 하루를 사는 미혹한 중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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