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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미학
  • 안산신문
  • 승인 2024.07.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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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경영학박사>

  7월은 견우직녀의 달이다. 아주 오랜 옛날 천제에게 직녀라는 손녀가 있었다. 그녀는 옷감을 짜는 일도 잘하고 부지런했기에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천제는 은하수 건너편 동네에 소를 몰며 우직하게 일하는 견우의 성실함을 어여쁘게 여겨 손녀인 직녀와 결혼하게 했다. 견우와 직녀는 부부가 되어 신혼의 즐거움에 푹 빠져 그렇게 열심히 하던 일을 게을리 했다. 화가 난 천제는 보다 못해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둘이 떨어져 살게 하고, 일년에 칠월 칠석날 하루만 만나게 하였다. 그런데 칠석이 되어도 은하수를 건널 방도가 없었다. 강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들을 애처럽게 바라보던 까막까치들이 날아 올라 다리를 놓아주었다고 한다. 그 다리가 오작교이다. 견우와 직녀의 설화에서 옛사람들의 지혜가 보인다. 누구나 삶을 위해 우선해야 할 일에 책임과 의무을 게을리 하지말라는 것이다.      
  매일의 반복되는 삶의 모습을 일상(日常)이라고 한다. 어쩌면 일상은 익숙함이고 평범함이다. 우리의 일상은 새롭지 않다. 먹고, 비우고, 일하고, 잠자고, 일어나는 일상이 쳇바퀴처럼 반복된다. 때로는 지루할 수 있고, 의미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일상은 나다움이 표현되는 시간이고 공간이다. 우리의 잠재된 무의식이 일상에서 긍정과 부정의 사고방식으로, 차갑고 따뜻한 마음으로, 생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말로, 옳고 그른 행동으로 노출된다. 따라서 반복되는 습관이나 행위를 관찰하면 누군가의 속사람을 알 수 있다. 반복되는 패턴 안에 그 사람의 신념과 의지, 경험과 지식, 세계관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기 보다는 특별하고 비범한 일상을 원한다.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하게 돋보이고 싶고, 다른 사람에 비해 우월하고 특별하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 그 욕망이 악한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욕망이 진선미(眞善美)를 추구한다면 오히려 아름답다. 우리의 일상에서 진실된 마음, 선한 양심, 착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바람직하다.
  일상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소비는 당연히 일하는 시간이다. 그 일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의 본질은 같다. 크고 작은 일이든, 고귀하고 하찮은 일이든 그 일은 목적과 의미를 갖는다. 일의 가치는 주관적이다. 자신의 일에 대해 하찮게 여기면 하찮은 일이 되고, 자기 일을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기고 사랑하면 자랑스러운 일이 된다. 300년전 로렌스 형제(Brother Lawrene. 1614~1691)는“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란 책을 썼다. 그의 본명은 니콜라 에르망(Nicholas Herman)으로 당시에 있었던 30년전쟁에 어린 나이로 참전했지만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장애를 지니게 된다. 그는 불편한 몸으로 평신도 수사로 파리 맨발의 카르멜 수도원에 들어가게 되고, 수도원의 주방에서 허드렛일이나 수도사들의 신발을 수선하는 일을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작은 계란 프라이 하나를 뒤집을 때조차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하고 보잘 것 없게 느껴지는 일상에서 하나님이 계심을 찾았다. 그는 여든의 나이로 죽기까지 자기의 일을 사랑하고 기쁨으로 감당했다.
  안산의 어느 골프연습장에 가면 운동을 마치고 씻을 수 있는 샤워장이 있다. 탈의실 입구에는 신을 벗고 발판을 딛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발판 위에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간다. 갈때마다 신발들을 발판에서 내려놓고 발판의 먼지를 털어서 다시 펴놓았다. 갈때마다 그렇게 했더니 지금은 사람들이 발판 밖에서 신발을 벗는다. 그런데 정작 그곳을 청소하는 직원은 청소하러 들어올 때마다 발판위에 신발을 벗어 놓길래 이야기를 했다. 세 번을 말해주었는데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에게 그런 작은 일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 손을 높이 들고 하는 기도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하지만 거름 쇠스랑을 손에 든 남자, 오물통을 든 여자도 그분께 영광을 돌린다. 그분은 너무나 크시기 때문에 당신이 진심으로 모든 것이 그분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사제였던 제라드 맨리 홉킨스는 말했다. 우리의 일상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새롭고 아름다운 삶이 된다. 일에 대해 조언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잘하는 일을 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해야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옳은 말이지만 세상에서 하기 좋아하지 않는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잘 하지 못해도, 꼭해야 하는 일이 아님에도 일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어떤 일이라도 의미를 찾고 소명이란 의식을 갖는다면 새로운 일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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