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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여름나기
  • 안산신문
  • 승인 2024.07.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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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아침에 일어났더니 목이 돌아가지 않았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아파 어젯밤 잠들 때의 자세를 생각해봤다. 어릴 때 친구는 여름에 맨바닥에서 잤더니 구안와사가 왔다며 학교를 결석했다. 학교 끝나고 친구에게 문병 갔더니 멀끔한 얼굴로 사 간 빵만 잘 먹었다. 아침에는 많이 돌아갔는데 병원에 다녀오고 약을 먹었더니 나아졌다고 했다. 구안와사도 이렇게 아픈가?
 요즘 자기 전에 누워서 휴대폰을 너무 많이 보는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우선 파스를 찾아 목 여기저기 저기 서너 장을 붙였다. 목에다 보호대를 하고 친구의 차를 타고 화개장터까지 갔다. 내 모습을 본 후배는 치료하려면 이열치열 해야지 했다. 찜질방을 가자고 해서 우리는 후배 부부를 따라나섰다.
 강가에 차를 세우고 후배는 모래사장으로 나갔다. 낚시하려는지 삽과 반도를 어깨에 둘렀다. 이 땡볕에서 낚시하는 것이 찜질인가 여겼다. 물가가 아닌 모래사장 한가운데에서 삽으로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친구와 나를 모래 구덩이에 파묻었다. 딱 40여 년 전에도 후배들과 모래찜질 놀이를 한 추억이 생각나 눈물이 왈칵나왔다. 청춘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걸 그땐 몰랐었다. 그땐 더운 줄도 모르고 참으로 신이 났었는데 그 친구들의 안부가 궁금했다. 교수님과 선배 한 분은 돌아가시고, 친구 한 명은 병으로 누워지낸 지 5년이 넘었다. 아직 생업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목은 좀 아프지만 살아있어 감사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모래찜질하는 동안 후배 부부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은어 철이라 은어를 잡아서 도리뱅뱅이와 매운탕을 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친구와 나는 얼굴을 가린 우산 그늘에서 땀을 흘리며 찜질을 했다.
 예부터 뜨거운 모래는 온몸을 오랫동안 데워 기가 잘 흐르게 해 주어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나 신경통 소화장애 환자에게 좋다고 했다.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이에게도 도움이 되며, 또 까칠까칠한 모래알이 피부에 적당한 자극을 줘 살갗에 피가 잘 흐르도록 해 피부 건강에 좋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자 목의 통증도 사라졌다. 내가 나아졌다고 하자 같이 간 친구는 위약효과라고 했지만, 어깨와 더부룩하던 배까지 개운해졌다.
 후배네가 잡은 물고기는 몇 마리 되지 않았다. 우리는 물고기에게 안 잡아먹힌 게 다행이라며 목을 치료한 것이 큰 수확이라며 떠들고 웃었다. 식당에서 먹자고 했으나 장터에 가서 물고기를 사서 후배의 집에서 요리해 먹었다. 후배 부부는 찰떡같이 주방 업무를 나눠서 잘했다. 호흡을 맞춰서 음식을 만드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은어로 만든 도리뱅뱅이, 매운탕, 튀김을 한순간에 만들었다. 산속에 있다는 부부의 텃밭에서 딴 호박과 가지는 아무것도 안 넣고 굽기만 했는데 단물이 배어 나왔다.
 후배는 부산에서 정착하다가 작년에 퇴직하고 고향 화개로 왔다. 아직은 도시 생활이 배여 시골 생활이 어렵지만 견딜만하다고 했다. 산속 부모님의 묘 옆에 있는 작은 텃밭이 그들 부부의 농사터이다. 밭에는 온갖 과실이나 채소, 먹거리가 다 있어 여름에는 새벽과 오후에 가서 물을 주고 풀을 뽑는다고 했다. 더운 한낮에는 물가에 가서 모래찜질이나 물고기 서너 마리 잡아 오는 게 일과라고 했다.
 형제나 지인들을 초대해 같이 밥을 먹고 자연에서 난 먹거리를 나눠 주는 일상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사계절이 그렇게 꿈같이 흘러가더라고 했다. 자연에서 슬기롭게 여름의 하루를 보내고 오니 올여름이 역대 가장 무섭다고 해도 별로 무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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