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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 안산신문
  • 승인 2024.07.0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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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자 글,그림/핑거 출판사

조미자 작가는 우리 마음속 깊숙이 있는 감정을 꺼내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그림책 작가다. 그녀가 쓰고 그린 감정 그림책은 <불안>, <걱정 상자> ,<가끔씩 나는>, <슬픔에 빠진 나를 위해 똑! 똑! 똑!>, <내 방에서 잘 거야!>등이 있다. 그동안의 그림책이 어린이의 감정을 다루었다면 올 5월에 나온 <크랙>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느끼는 불안과 걱정을 섬세하게 조각하고 있다. 이번 그림책은 그림 작업을 먼저 하고 나서 그림에 글을 덧붙여서 <크랙> 그림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우리도 그림을 먼저 보고 다음에 글과 그림을 다시 보는, 수고를 가져보면 어떨까?
<크랙> 그림책의 글은 ‘나무의 껍질을 본 적이 있어. 아주 가까이 눈을 들이대고 말이야. 겹겹이 갈라진 틈 사이로 나무가 자라고 있었어. 작은 틈은 마치 거대한 협곡과 바위 같았지.’라고 시작한다. 그 장면에서 그림은 한 아이가 버스에 탄 일행과 떨어져 길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있다. 혼자가 된 주인공은 그동안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 넓은 세상에 어디 한 곳 붙어 있을 곳이 없었고, 울음으로 시간을 보낸 그는 거대한 절벽 아래 보이지도 않는 점과 같은 존재다. 찔끔 눈을 감아 버린다. 한참 뒤 눈을 떠보니 고슴도치가 지나간다. 절벽 사이에 동굴이 있다. 동굴에 누우니 갈라진 틈으로 하늘이 보인다. 누워있는 그에게 샛노란 별빛이 내린다. 아니 쏟아져 부서진다. 그 순간 땅바닥이 흔들거리면서 땅이 갈린다. 갈린 틈은 벌어지고, 그 틈으로 땅이 솟아 나온다. 작가는 이를 ‘마치 자라고 있는 것처럼.’이라고 표현했다. 꿈이었다. 꿈인 줄 알지만 심장은 계속 두근거린다.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에 맞춰 세포 하나하나가 갈라진다. 자라고 있다. 더 크고 싶은 주인공은 많은 밤과 낮에 걸어간다. ‘다시 떠오를 별 하나를 기다리면서.’
‘크랙’의 사전적 의미는 물체가 갈라지거나 금이 간 균열을 말한다. <크랙> 그림책을 읽고 가만히 머물다 보면 내 삶 안에 있는 균열이 보인다. 그 균열들이 이어지면서 만들어지는 틈이 느껴진다. 넓은 틈, 뾰쪽한 틈, 곧 벌어질 틈이 있다. 균열과 틈은 내 삶의 흔적이다. 작가는 그림책 시작 부분에 나무는 껍질을 터트리면서 자란다고 했다. 껍질이 터지는 시간과 고통이 있어야 성장이 있다. 쉽고 간단하게 이루려는 독자에게 그림책은 딱딱한 나무껍질을 던지고 있다. 
<크랙>에서 주인공은 갈라진 틈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혼돈 안에서 나를 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갈라지고 부서지는 틈에서 움직임이 느껴진다. 틈은 에너지다. 살아 있음이다. 얼마 전에 용0 자작나무 숲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하얗게 갈라지는 자작나무의 껍질을 보았다. 그리고 몇십 년 된 나무의 갈라진 두꺼운 껍질을 보았다. 이만큼 자라기 위해서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내했다. 성장한다는 것은 뭘까? 
다시 그림책 <크랙>을 본다. 작가의 소개 밑에 ‘크랙, 균열, 금이 가다, 갈라지다.  그리고 시작하다.’라고 표기되어 있다. 크랙에는 ‘시작하다’라는 뜻도 있었다. 금이 가고 갈라지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쩍쩍 갈라지는 에너지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중물이 된다. 솟구쳐 올라오는 땅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디딤돌이 된다. 흔들리는 땅을 밟고 있는 지금이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이다. 

최소은<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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