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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에게 나의 여신님이라 부른 사람
  • 안산신문
  • 승인 2024.07.03 10:11
  • 댓글 1
류근원<동화작가>

40년 만에 제자를 만나러 가는 길, 가슴은 마냥 두근거렸다. 30대 초반 시절에 가르쳤던 제자, 세월은 제자가 시집을 가고, 그 딸이 시집을 가게 만들었다. 참 오랜 세월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손잡아 본 것 같은데 시간은 배웅의 손을 잡게 만들었다. 6시간의 만남이 번개처럼 지나간 아쉬운 시간이었다. 잊고 있었던 일들을 꼼꼼하게 되새겨주는 제자의 얼굴 보기가 미안했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흔들어주던 손길이 자꾸만 따라왔다. 왜 그때는 그렇게 무섭게 가르쳤을까? 왜 더 따스하게 감싸주지 못했을까? 더 잘 가르쳐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만 했다. 후회의 연속이었지만. 좋은 점만 이야기해주는 제자의 얼굴이 자꾸만 따라왔다. 그 위로 못난 내 자화상의 얼굴이 겹쳐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교총 신임회장이 당선 일주일 만에 사퇴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제39대 교총회장에 역대 최연소로 당선된 박정현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평교사로 교총회장에 당선되었으니 얼마나 패기만만하고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까? 창피하고 억장 무너지는 일이었다.
교총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약칭이다. 교원의 사회적 · 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권의 옹호 · 확대 등을 위해 만들어진 교직원단체이다. 교직원단체 중 역사가 가장 길다. 초임 시절 상사의 강권으로 무조건 가입해야 했다.
박정현의 과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2013년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던 도중 징계위원회에 회부, 견책 조치를 받은 일이 터졌다. 견책 이유가 뭘까? 담임 시절 학생에게 보낸 편지가 인터넷상에 스멀스멀 올라왔다. 뱀의 혓바닥처럼 올라왔다. 그가 제자에게 쓴 편지,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의 학생에게는 생애 최고의 멋진 연애편지였을 것이다. 담임바라기가 되었을 것이다.
편지 속에 ‘나의 여신님’이라는 지칭어가 나오고, ‘차에 떨어지는 빗소리, 당신의 향기….’ 등 교사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편지 내용이 터져 나왔다. 사퇴 촉구의 항의가 빗발처럼 터져 나오고, 그는 물러나고 말았다.
요 몇 년간 교직 사회를 휩쓸고 간 충격적인 일이 너무나 많아 자세하게 기술할 수 없을 정도이다. 30대 학부모가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수업 중이던 교사의 목을 조르고 욕설을 했다. 웹툰 작가가 자기 아들을 정서적 학대했다고 교사를 고소했다. 교사는 유죄벌금 200만 원 선고유예를 받고 말았다.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못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꽃송이를 활짝 피우지도 못하고 스러졌다. 학생으로부터 뺨까지 맞는 교감 사진도 뉴스에 나왔다.
성희롱 및 성추행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히다. 차마 지면에 실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여교사를 향해 “임신시키고 싶다, 나랑 사귈 수 있나.” 등의 성희롱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기막힌 일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토록 잘 나가던 교대의 인기가 급속도로 추락해 버렸다. 한때는 서울의 SKY대학의 수능 실력과 맞먹어야 들어갈 수 있었던 교대였다.
교사의 56.9%가 학생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고, 53.7%는 학부모에게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현직 교사의 80%가 ‘다시 태어나면 교사를 선택하지 않겠다.’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했다.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이다. 자연히 교사의 어깨는 위축되어 버렸다. 그런 일이 나만 피해 갔으면 좋겠다라는 몸보신 의식이 교직사회에 만연해 있다.
이런 악습은 정치권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슈만 터지면 정치권은 인기와 영합해 희한한 법안을 만들어내곤 했다. 스승과 제자 사이를 갈라치는 법안을 만들어냈다. 소위 좌우 진영을 가릴 것 없이 교육을 논해야 할 자리에 그들은 자기 당의 인기만 위해 싸웠다. 그 와중에 가장 손해를 보는 대상은 교사와 학생들이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출발선에서 서로 간의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 웃기는 일이다. 정권이 바뀌면 제일 먼저 바뀌는 게 교육이다. 그만큼 정치권이 교육계를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자꾸만 떠오른다. 나의 여신님이라 편지를 보낸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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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은경 2024-07-10 11:40:36

    40년 만에 만나는 제자와 스승이라니 넘 감동적입니다. 40년 전 저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어떤 모습으로 계실지 궁금하고 뵙고 싶어집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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