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이<약학박사>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지요.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에 대해 세포가 저항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지난주에 소개해드린 대로 인슐린은 세포의 문을 열어 포도당을 세포로 넣어주려고 하는데 세포는 그러한 인슐린의 작용을 거부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아 혈당이 올라가게 됩니다.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은 인슐린이 좀 부족한가보다 라고 생각해서 인슐린을 더 방출합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슐린이 나오고 나서야 마지못해 세포는 문을 열어 포도당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지나면 세포는 맷집이 더 늘어나 그 정도의 인슐린에는 문을 열지 않게 되고 다시 인슐린이 더 많아지게 되면 세포는  마지못해 당을 받아들입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서 한 단계 한 단계씩 단계가 높아지다가 마침내 췌장이 감당하지 못할 상황까지 다다르게 되어 그 이상의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혈당은 오르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인슐린 분비가 인슐린 저항성에 무릎을 꿇은 것이지요.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인슐린 분비량은 정상인보다 높습니다. 이것을 상대적 인슐린 결핍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포는 느닷없이 인슐린에 저항하여 당뇨증세를 나타나게 할까요? 그것은 세포가 포도당과 지방 등 과도한 영양분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입니다. 모든 것은 늘 적당해야 좋은데 포도당도 좋은 에너지원이지만 너무 많으면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 세포에게 큰 독으로 작용합니다. 몸 주인이 알아서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해서 포도당의 공급을 줄여주면 좋겠는데 그러기는 커녕 과식하고 간식과 야식 등 계속 먹고 마시면서 몸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거나 눕기만을 좋아 하면 영양과잉은 더 심해지지요.
이 상태가 계속되어지면 포도당에 취약한 장기들은 살기 위해서 포도당의 과잉흡수를 막게 됩니다. 대표적 장기가 근육과 심장인데 먼저 근육과 심장이 생존을 위해 포도당의 흡수를 차단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포도당을 차단할까요? 네, 인슐린에 저항하면 됩니다. 그 결과 근육과 심장세포에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게 되지요. 근육은 식사 후 포도당의 70%를 흡수하는 곳이기에 근육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켜 포도당을 거부하는 순간 포도당이 갈 곳을 잃어 결국에는 혈당이 올라가게 되고 인슐린이 충분한대도 당뇨병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이렇게 세포가 과도한 포도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슐린의 작용에 저항하면서 혈당이 높아져 당뇨병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부수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혈관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과도하게 방출된 그 많은 인슐린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인슐린이 단지 근육과 심장에만 작용할까요? 인슐린은 혈관에도 작용합니다. 그런데 혈관은 인슐린에게 저항할 줄 모릅니다.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란 보호막이 없는 혈관은 고스란히 정상보다 몇 배로 많아진 인슐린의 독성에 노출됩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지요
인슐린은 혈관세포의 증식에 관여합니다. 혈관세포가 인슐린에 노출되면 크기가 커지고 숫자가 많아지지요. 혈관세포가 증식하고 숫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혈관이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기고 딱딱해진다는 의미인데 바로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당뇨병이 생기기 오래 전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당뇨병으로 진단받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환우에게서도 동맥경화증을 보이고 있음은 이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고혈당 상태가 유지되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모세혈관 혈행장애로 인한 망막병증으로 실명할 수 있고 신장기능장애로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때도 있으며 말초혈관 혈행에 문제가 생겨 저림증세와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병증과 함께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섭취하는 칼로리량 보다 소비되는 칼로리량이 많거나 같아야 하고 치료 역시 예방과 마찬가지로 섭취하는 칼로리량 보다 소비되는 칼로리량이 많아야 합니다, 때문에 당뇨증세가 나타난다면 당뇨약을 복용하기 앞서 먼저 당뇨증세가 왜 생겨났을까 한번 쯤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에 대한 답으로 건강한 생활습관으로의 변화가 필요한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칼로리량을 줄이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칼로리 소비량을 늘려 체중과 체지방을 줄여나가는 것이야 말로 당뇨병 치료에 가장 우선이 된다는 사실을 아시게 됩니다. 그러므로 병에 걸린 후 치료하기 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셔서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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