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소설가>

  밤마다 잠을 뒤척인다. 올여름은 역대 최고로 더운 여름이라고 한다. 열대야가 30여 일이 지속되어, 낮이고 밤이고 더위를 먹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우스갯소리로 먹을 게 없어 더위를 먹느냐고 하지만 더위를 안 먹고는 못 배길 날씨다. 이불을 덮고 자야 하는 열대야가 없는 시골이 그립다.

 친구들과 더위를 피해 경남 사천까지 다녀오기는 했다. 편백 숲에서 두 팔을 벌리고 산림욕을 즐겼다. 바다를 낀 편백 숲은 숨을 쉴 때마다 싱그러운 내음이 몸속 가득 퍼져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지인은 사천 시내에서 사는데 사천 숲 옆에 황토집이 비어 있어 친구들을 초대해 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과는 하룻밤 같이 보내며 문학에 관해 토론을 하였다. 나머지 3일은 우리끼리 편안하고 자유롭게 쉬다 왔다. 황토집은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하고 쾌적하였다.

 열대야가 없는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아침에 일어나면 작은 저수지에서 반짝이는 윤슬을 보며 숲을 산책하는 기쁨은 우리가 잘 살았구나에 감사했다. 제주도, 봉화, 하동, 사천에 지인이 있어 자기 집에 초대하거나 별장을 선뜻 제공해 주는 행운을 받았다.

 마침 우리가 묵던 기간에 밤마다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소식을 접한지라 집안의 불을 끄고 마당에 모기향을 켜고 평상에 누웠다. 하늘은 반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처럼 아름다웠다. 기대한 만큼 유성우가 쏟아지지는 않았다. 오랜 기다림 속에 유성(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동안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신들이 지상을 관찰하기 위해 별을 지상으로 보내는 것이 별똥별이라고 한다. 이때 소원을 빌면 신들이 들어준다고 믿었다. 짧은 시간 동안 떨어지는 별똥별이라 ‘어어’ 하다 보면 사라졌다. 소원을 빌기보다는 이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했다. 추억의 여름밤을 보냈다.

  새벽이면 우리는 가까운 사천 휴양림을 몇 시간이고 걸었다. 숲은 한여름에도 시원하여 그 숲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었다. 아니, 봄, 가을, 겨울의 숲도 보고 싶었다. 사천의 자연휴양림은 도심과 가까운 각산 중턱에 있는 편백 숲이다. 50여 년 전부터 산 주인이 개인적으로 가꾼 숲을 사천시가 매입한 뒤 야영장과 숙박 공간 등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3년 전부터 개방했다고 한다.

 이 산주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삼천포에서 연탄공장을 운영했던 고인은 1950년대부터 수익의 30%를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연탄 사업이 산림을 훼손하는 일이라 나무를 심어 자연에 돌려주려는 일환이었다.

 연탄공장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1970년대 말부터 공장 근로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숲을 가꿨다. 특히, 수종 갱신에 집중했다. 원래 있던 참나무류 수종을 뽑아내고 인근에 자연 발아된 편백 묘목을 캐내 옮겨 심은 것이다. 나무 보호를 이유로 외부인 출입을 전면 차단하고 20ha 규모 숲을 가족들이 40여 년 동안 관리해왔다.

 그렇게 소중하게 가꾼 숲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 그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일을 한다고 모두가 자연을 치유하는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 기대보다 훨씬 더 많이 얻어온 여행이었다. 사천에서 돌아와 내가 사는 곳의 주변을 돌아본다. 원래 이곳도 개발되기 전에는 산과 바다의 자리였다. 도시 계획이 숲과 바다를 밀어내어 우리는 숲과 바다를 찾아 더 멀리 떠나는 일을 한다. 숲에서 보낸 추억을 자양분 삼아 그렇게 여름을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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