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욱<수필가>

생일을 축하해/오늘은 특별한 날  
우리 막내가 태어난 날/너의 미소와 따뜻함  
늘 우리를 행복하게 해

 얼마 전 막냇동생의 생일에 축가를 만들어 sns 가족대화방에 올렸다. 기억에 남는 선물이라며 좋아하는 막내보다 다른 누이들 반응이 더 좋다. 다행이다.
우리는 7남매다. 정확하게 3살 터울이라 토끼띠, 말띠, 닭띠가 둘씩이고 가운데 나만 혼자 쥐띠다. 서로 닮은 듯 안 닮은 듯 외모도 성격도 많이 다르다. 항상 시끌벅적하지만, 어머니의 보조 교관 격인 큰누나의 권위 앞에 질서가 유지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69년 성탄절의 기억이 선명하다, 우리 남매들은 거의 강제로 대한극장에서 상영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러갔다. 먼저 영화를 보고 온 큰 누나가 감동하여 부모님을 설득한 것이다. 당시 보통 개봉하는 외화 한 편의 입장료가 200원인데 〈사운드 오브 뮤직〉은 최초로 600원이라는 거금의 입장료를 받았다. 자장면 한 그릇이 50원이었고 버스 요금은 10원, 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10원이던 시절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나는 왕우가 나오는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심야의 결투〉 등 홍콩 무협영화에 빠져 있었다. 극장 앞에 긴 줄을 서서 매표를 기다렸다. 나는 입이 댓 자로 나온 채 차라리 홍콩영화 3편을 보면 안 되겠냐고 불평했다가 야단만 잔뜩 맞았다.
 마리아 수녀님과 7남매의 이야기. 드디어 극장 안의 모든 불이 꺼졌다. 70mm 대형 화면에 펼쳐지는 알프스산맥의 전경과 줄리 앤드류스가 부르는 주제가 첫 소절, ‘더 힐 온 마이 하트~’. 갑자기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어린 나는 감동의 물결에 빠졌다. 영화를 보고 며칠간 나의 머릿속에서는 영화가 반복해서 상영되고 또 상영되었다. 우리도 7남매다. 그 해 막내가 태어나면서 행운의 숫자 7이 완성된 것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우리 남매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요들송을 부르며 성장했다. 세월이 흘러 제일 큰 음계 하나를 잃었지만 6개의 음으로도 충분히 연주는 가능했다. 하지만 대학에 가고, 직장을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각자의 삶이 바빠졌다. 연락이 뜸해졌다. 얼굴을 볼 기회도 줄어 들었다. 각자의 가족을 꾸리고, 각자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우리의 유대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그리워하며 산다. 물론 그 중심에는 어머니가 계신다.
 우리 남매들의 행복한 요들송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그 시절의 추억을 잊지 않으려 노래한다. 셋째 동생이 이사를 하던 날, 우리 남매들은 어린 시절에 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떠올렸다. 그때 그 시간이 얼마나 평화롭고 행복했는지를 기억하며…. 우리는 여전히 무지개 계단의 7음계처럼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사랑과 유대를 담은 사랑의 멜로디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리 남매들의 멜로디. 조금 떠들썩하고 사소한 것도 공유하며 마음을 나누는 우리 가족이 특별히 유난스러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멜로디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우리를 하나로 이어줄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서로의 삶을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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