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안산시의 '삶의 지표'가 될 지역의제를 선정하고 이를 이끌어갈 인적자원들을 구성하는 과정을 보면 너무 '협의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내부비판이 높다. 무엇보다 부문별 실천목표가 아직 명확하지 못하고 이를 제시해가는 과정 또한 폭넓은 의견수렴이나 합의과정이 생략된채 발족 자체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안산의제는 환경의제?
현재 안산의제가 마련한 주요 부문별 실천과제를 보면 시화호를 중심으로 하는 해양문제와 대기 생태 녹지 등 '환경적 측면'이 중심고리를 이루고 있다. 이는 '생명'을 근원으로 하는 자연환경적 측면을 중심과제로 선정해 풀어나가겠다는 뜻으로 지방의제 구성취지와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삶의 지표가 자연환경 개선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화와 복지 노동자 도시계획 등 안산시가 풀어가야할 중심의제 컨텐츠를 좀더 세분화하고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추진과정에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태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의제가 아니라 단순히 환경운동이라는 측면에서의 지속가능한 개발만을 부각시키는데 그칠 공산이 크다. 박양복 인천의제21 실행위원장은 "환경적 측면이 삶의 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은 맞지만 지방의제가 환경 중심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환경의제 만으로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포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 참여 폭 넓혀야
안산의제21을 이끌어갈 운영위원 현황을 보면 교육 복지 청소년 여성부문 등 삶의 지표와 연관된 사회문제를 앞서 고민해 나갈 전문인력이나 전문단체의 참여가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운영위원이나 분과구성이 아직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꿰어 맞추기식'위원구성만으로는 지역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없다. 이는 지역사회 대표성 논란과도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환경.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 종교계 여성계 교육계 시의회 문화예술인 노동계 등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와 관련단체를 아우러 지역특성에 맞는 의제를 작성 실천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지방의제에 대한 행정적 협력지원체계도 아직 미흡한 상태다. 주무부서로 기획부서가 아닌 환경보호과가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행정의 역할을 기대할만한 틀이라고 보기 힘들다. 때문에 지역의 특성을 살려 의제와 조직이 구성되기 보다는 환경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의제를 그냥 답습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산의 미래상부터 논의해야
안산의제의 추진과정을 보면 향후 안산의 미래상을 예측한 상태에서 의제의 컨텐츠를 마련해 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다분히 "시민들은 이것을 원할 것이다"라는 자체 판단속에 의제를 만들거나 환경보전과 관련된 사항만을 중심으로 지방의제 발족에만 급급하는 듯한 분위기다.
의제선정 과정에서 지역과제나 현안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회나 시민의식조사와 같은 사전 정지작업이 충분히 선행되지 못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향후 10년 뒤 안산시의 인구가 몇 명정도 되고 남녀 혹은 세대별 비율은 어떨지 도시계획은 어떤 방향으로 잡아가야 하는지 먼저 예측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의제를 구성하고 지역사회의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의제가 지표제시 수준에서 벗어나 실천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의제발족에 앞서 의제선정과 이에대한 합의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더디가더라도 제대로 가는 지방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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