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내부 간석지 3천636ha를 농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 먼저 충분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이미 지난 99년 시화지구 간척농지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시민.환경단체가 여론수렴 과정없이 졸속으로 나온 환경영향평가임을 천명한 바 있는데도 사업주체인 농업기반공사는 이렇다할 사업방향 수정없이 당초 사업안을 그대로 밀어부치기식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의아스럽다.
농지조성은 개발명분에 떠밀린 또다른 자연파괴 행위임이 자명하다. 농지가 조성되더라도 그에따른 농약살포나 폐수방류 등으로 가까스로 생명을 되찾아 가고 있는 시화호를 다시한번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시화호 농지조성 사업은 당초 시화호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시화호가 이미 해수호로 전환된 상황에서 별다른 사업계획 변경없이 일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에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개발당시 담수호를 전제로 한 만큼 시화호 농지조성 사업은 현시점에서 전면 백지화 하고 전반적인 시화호 개발계획 사업 또한 정부 부처간 조율을 통해 자연친화적인 쪽으로 가닥을 다시 잡아야 한다. 부처이기주의에 휩쓸린 무분별한 개발논리가 결국 어떤 재앙을 불러왔는지는 죽음의 호수 시화호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시화호에 들어설 농지면적은 무려 3천636ha에 이른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휴경지 면적 1만8천8백여ha의 5분의 1에 이르는 광활한 크기다. 이미 쌀 재고량의 급증으로 정부차원에서 쌀 감산정책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수천ha에 이르는 대규모 농지를 새로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농민은 물론 국민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무모한 사업임에 분명하다. 윤작제와 휴경제를 검토하고 2004년 WTO 쌀협상에서 또 얼마만큼의 외국쌀을 수입해야 할지 미래마저 불투명한 현실에서 이 기회에 쌀 산업정책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도 서둘러 마련돼야만 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활용도가 불분명한 대규모 농지가 조성되더라도 향후 용도변경이 추진될 것이란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산하기관들이 국토의 효율적 개발을 명분으로 종래에 땅투기만을 일삼는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거창하게 논리만을 앞세우기 보다 일선에서 빈틈없는 정책검토로 대처해야만 우리나라 농업도 환경도 국민의 생명도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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