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징과 심장을 동시 다발로 파괴한 전대미문의 테러사건 첨단문명과 테러의 잘못된 만남으로 전세계가 戰雲이 감돌고 있거늘 우리는 政爭으로 낮과 밤이 없어서 걱정이 태산같다. 오죽하면 인터넷 유머코너에 「농부와 국회의원」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이 올랐을라구요.
국회의원을 태운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절벽아래 논두렁으로 추락했다. 때마침 한 농부가 논을 살피러 나왔다가 그 현장을 목격했다. 농부는 땅을 파고 국회의원을 정성껏 묻어주었다. 며칠후 파출소장이 지나가다가 부서진 승용차를 보았다. 차적 조회후 그 지역 국회의원의 승용차임을 알고는 깜짝 놀라서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그 농부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농부는 파출소장에게 사고가 난 경위와 자신이 그 차에 있던 국회의원을 고이 묻어주었노라고 말했다. 경악한 파출소장 왈 『아니 그렇다면 그 국회의원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겁니까?』농부 왈 『뭐 살아있다고 외쳤지만 그 사람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국회의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생매장했다는 얘기고 보면 여간 의미심장한게 아니다. 당사자들이 들을까 겁난다. 다만 민주국가의 생매장은 표로 해야 하는데…곰곰히 생각하니 생매장할 감(?)은 비단 국회의원 뿐만이 아닌 듯 싶다. 우리 국민을 믿지 못하게 한 각계 지도층 모두가 대상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기가막히는 슬픈 현상이다.
요즘 떠들썩한 이용호 게이트도 그 좋은 예일 것 같다. 까마귀의 암수가 가려지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앞에 말한 농부의 처사를 비난만 할 일이 못되지 않겠는가? 불신을 없애는게 사필귀정이니라. 사실 우리는 「이 정권과 이 정부」에 대해 수수께끼가 적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안 풀고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이기 때문에 가슴에 응어리가 무더기로 쌓인다. 좀 정직하면 덧날까? 디즈레일리는 후일 영국의 수상을 지낸 대인이지만 하원의원 여섯번 낙선 끝에 초선되었는데 초선에선 벙어리 의원이었다. 다음 선거에서 경쟁자의 혹독한 공격을 받았지만 그는 그의 공격을 시인하면서 누구든 초선에선 배우느라 경황이 없다고 말해 압도적으로 재선됐다. 이 거짓없음 본받을 일이 아니랴. 그릇이 문제로다.
뇌를 가진 생물중에 물고기는 특히 기억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바로 옆의 동료 물고기가 입질한 미끼에 달려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도 꼭 같은 상황의 미끼를 다시 먹으려고 달려드는 습성이 관찰되기 때문이란다. 낚시꾼의 입장에선 너무나 다행스럽겠지만 이 나라 각계 지도층의 낚시줄이 물고기의 습성을 국민에게 적용하려 드는 것이라면 이를 어쩐담? 그만 눈앞이 캄캄해진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지도층의 거의가 염치없이 잇속 챙기는 까마귀로 보인다는데 있다 할 것이다. 까마귀 노니는 곳에 백로가 한 마리라도 섞였으면 까마귀도 제 까만 줄 알았으련만 모두가 까마니 나름대로 자위한다면서 더러는 더 시꺼먼 발상을 한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까마귀 암수를 가려내는 일을 까마귀에게 맡겨선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꾀 많은 까마귀니 필경에 핏줄을 존중할 터이며 또 연고를 어찌 무시할 수 있으리오. 그러니 백년하청이로다.
일제시대 중국땅에서 흔히 목격한 일이지만 쿠리(苦力 : 막일꾼)는 대낮에도 사람들이 왕래하는 길가에서 태연히 똥을 눈다. 엉덩이는 다 내놓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손가락 사이로 행인의 시선을 경계한다. 참으로 웃기는 짓이었다. 심심찮게 터지는 우리네 대형 비리사건을 볼 적마다 반세기도 지난 일들이 연상되는 것은 물고기의 기억력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는 증좌일까?
우리는 지금 추석을 며칠 앞둔 들뜬 기분에 젖어 있을 때인가? 곧 세계가 전쟁에 휘말리고 경제적 위기(피를 먹고 피어나는 군수산업은 제외)가 닥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할 가장 급선무는 국민들로 하여금 전폭 정부를 믿게 하는 일이다. 그래야만 국력의 결집과 총력적 협력이 가능해진다. 그러려면 「울며 마속의 목을 베는 일」보다 더한 처방은 없으렸다. 썩은 부위 도려내면 신묘하게도 개혁을 외치면서 썩은 부위 감싸면서 연연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 이뿐인가 하노라.
- 이기진 안산신문 논설위원 -
<안산신문 webmaster@ansanolbo.com>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집]제20회 안산국제거리극축제](/news/thumbnail/202404/49000_30713_442_v15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