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차에 고위 공직자의 관용차량을 고급화하고 대형화하는 행정행태를 보면 왠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작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야 할 공직사회이기에 관용차 교체 배경을 업무의 효율성 때문이라고 항변하는 모습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시는 최근 2000cc급 부시장 관용차량을 3천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천700cc급 최고급 대형승용차로 교체했다. 기존 관용차는 99년 구입한 것이어서 잦은 고장에 따른 수리비용 부담 등 유지관리비가 많이 소요돼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게 시 설명이다.
문제는 부시장 관용차량 교체시기에 맞춰 다른 고위 공직자의 관용차도 현재보다 더 비싸고 고급화된 차량으로 바꿀 수 있는 ‘개연성’을 슬그머니 열어둔 것이다. 그동안 ‘2500cc 미만’으로 규정했던 시장과 시의장의 관용차 배기량 규정을 삭제해 관련 관리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이 개정 관리규칙에 비춰보면 앞으로 시장과 시의장은 내구연안이 5년만 지나면 배기량 제한을 받지 않고 최고급 관용차를 구입해 타고 다닐 수 있다. 시청과 시의회의 의전용 차량 역시 배기량 2500cc 이상 대형승용차로 임대해 쓸 수 있다.
이를두고 가뜩이나 시 살림살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겠다며 이런저런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시 고위 공직자들이 정작 자기자신의 희생과 헌신엔 등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따갑다. 수천만원짜리 2300cc급 최고급 대형승용차를 두고도 2500cc 이상 승용차를 타고 다녀야 고위 공직자로서의 ‘권위’가 선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고위 공직자에 대해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먼저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만큼 도덕적 권위가 없는 공직자는 국민의 존경을 기대할 수 없다.
공직사회가 ‘등고자비(登高自卑)’란 경구를 새삼 가슴에 새겨야 할 때이다. 정말 행복한 도시, 더 좋은 사회를 이루어 가기 위해서는 고위 공직자일수록 조금 더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권위’는 외형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희생과 헌신속에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리더십을 갖췄을 때 더 빛이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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