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에 관련에 질문해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텔레비젼에서 스킨쉽하는 장면만 나와도 텔레비젼을 꺼 버리는 80년대 부모 세대처럼 TV를 꺼야 할까?

얼마전 사동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모 주부는 아이의 질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와 대화하기를 좋아했던 딸이 고등학생이 되자 말수도 줄어들고 대화하기도 꺼려 조심스러웠던 차에 몇주 전부터는 아이가 말을 전혀 하지않아 걱정했던 터였다. 그러다 며칠전 김씨에게 조심스럽게 아이가 먼저 말을 건네왔다. 성 경험이 없던 아이에게 반 친구들이 “요즘은 다들 성 경험을 하니 너도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는 것.

그래서 아이는 또래집단의 특성인 ‘획일화’ 범주에 어긋나는 점과 ‘성 = 어른들의 것’ 이란 인식 사이에서 혼자 가슴앓이를 해왔다고 한다. 김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의 학창시절엔 성경험 있는 학생을 찾기 힘들었고 경험이 있다면 오히려 반에서 흔히 말하는 ‘따’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어릴적 미래과학 포스터에서만 보아왔던 휴대폰을 5천만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듯 물질적인 세상 뿐만 아니라 문화도 변했다. 그와함께 성문화도 변화되고 있고 우리 아이들의 ‘성’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아이들만큼 우리 부모들은 어떠한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안산시내 학교에서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 두 명과 YWCA 성 상담소 상담원이 만나 ‘부모들이 알아야 우리 아이들의 성’에 관해 토론했다.

이은경 강사 : 전에 학부모 성교육을 갔을 때 자녀에게 성교육을 시킨 사람이 있는가에 대해 손을 들게했다. 그 중 반 정도 들더라. 맨 앞에 있는 사람에게 자녀의 학년과 어떤 식으로 성교육을 시켰냐고 물으니, 자녀는 고등학교 2학년이며 식탁에 앉아 ‘성관계’란 개념을 아냐고 물었단다. 아이가 안다고 하자 “그럼 결혼한 후 해라”고 답해주었단다. 그 부모에겐 그게 성교육의 전부였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 실정이다. 선생님들보다 더 먼 것이 현재 부모다. 성에 관해 말하기 조차 꺼리는 부모와 대화를 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럴수록 아이들의 상담은 ‘또래’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지난번 통계만 보더라도 성에 관해 대화할 수 있는 상대 1위가 친구였다. 그에 반해 제일 마지막은 0.3%의 학부모로 나온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송민희 상담원 : 지난번 통계를 보면 초등학교 학생이 성에 관해 가장 보수적이고 차츰 올라 갈수록 개방적으로 변했다. 이건 초등학교 때 만해도 부모의 말을 100%정도 따르고 학년이 올라갈 수록 ‘또래’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 하지만 부모들에게 ‘무조건 적’인 성교육은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부모는 자기 자신이 성개념이 확실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성교육을 시키면 안된다.

윤미라 강사 : 그점에 나 역시 동감이다. 부모가 성개념을 확실히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 TV의 노출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TV에서도 종종 우리 세대에선 보기 힘들었던 ‘야’한 장면을 많이 볼수 있게 된다. 그럴때 채널을 돌려버린다거나 아이에게 들어가 ‘공부나 해라’ 심지어 ‘성관계’를 ‘저런짓’으로 말하는 부모들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건 부모가 ‘성’을 단지 육체적인 것으로 밖에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자녀에게 성교육을 한다면, ‘망상’만 심어주는 격이 된다. 그래서 부모들의 ‘성’ 인식을 깨우치는 ‘자신의 몸 관찰하기’ 등 숙제도 내주며 강의를 했는데 한번 강의 하니 다음 강의가 안 들어오더라.
(모두 웃음)

이 : 우리 부모들이 먼저 깨우쳐야 하는데 쉽게 받아들이질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있었다. 전에 학부모가 아이가 궁금해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냐고 질문해서 ‘자연스럽게 오픈해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뒤 학부모가 큰일 났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학부모는 자신의 중학교 3학년 딸이 남자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물어와 강의 받은대로 실천해야한다는 생각에 남편과 함께 샤워를 시켰다고 한다.

그 후에 아이가 ‘다시는 내가 궁금해도 알려주지 말아라’며 울더란다. 이건 아니다. 그건 오픈이 아니다. 그건 아이에게 성적학대를 한 것과 같다. 아이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식으로 하란 것은 아니다.

송 : 그렇게한 아빠가 존경스럽다.
이 : 그게 우리 부모다. 아이를 위해서 무엇도 할 수 있는…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 ‘성’에 관해 폐쇄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성교육은 ‘인간관계 훈련’이다. 인간관계시 말을 하다 서로를 터치 할 때 많을 것이다.

그런 터치도 상대방에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준다면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성폭력이 ‘강간’만이 아니다. 그런 것도 성폭력이 될수 있다.

성교육은 인간관계나 자신의 성장 발달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별개의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성장교육’인데 ‘금기’ 쯤으로 생각하고 피하고 묻어두어, 그 사이 아이들이 영상물을 보고 왜곡된 성을 배워 무엇이 잘못인가 조차 모르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가해 학생과 상담해 보면 가해 학생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 줄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송 : ‘남양주 여학생 집단 강간 사건’도 가해 학생들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모르고 있다고 한다.
윤 : 성폭력 가해 학생들 대부분은 영상매체물을 보고 흉내냈다고 하더라. 그 아이들에겐 성에 관한 ‘가치’를 설명 해준 사람이 없었다.
이 : 성교육 강의를 나갔을 때 아이들의 첫마디가 ‘다 알아요’이다. 그 아이들이 말하는 ‘다’는 영상매체를 본 것이 전부다.

간혹 성교육 강의를 하기전 교장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조금만’ 할 것을 부탁한다. 그럴땐 육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적립’ 교육이라고 말한다. 성교육은 가치적립 교육이다. 근데 정말 정보가 무섭게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재작년만 하더라도 교육시 영상물을 본 학생을 손 들라고 하면 한 반에 2-3명에 그쳤는데 요즘은 중학교 1학년 반에서도 반 이상은 손을 든다.

윤 : 그럴수록 가정에서의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다.
언제나 처음이 중요하듯 아이가 영상물을 보고 배우는 ‘왜곡된 성’이 아닌 ‘가치’있는 올바른 성을 가정에서 먼저 확립시켜 줘야한다.
성은 남녀 서로가 원할 때 하는 것이고 책임이 동반됨을 알려줘야 한다.
남녀간의 관계시 ‘아이’가 탄생함을 알게 해주고 그 아이들이 자라 현재 자신들이 됐다는 것, 그만큼 소중하고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성은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을 의미한다. 또한 사람과 사람간의 ‘터치’시 상대방이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느낀다면 그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 : 동감이다. 아이가 자라 영상물을 보고 배우기전 가정에서의 올바른 성 확립이 필요하다. 성관계는 사랑이다. 또한 성교육은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간의 관계에 있어 사랑을 가르치는 교육이다. 성관계 = ‘소중한 사랑’ 인 것이다. 이런식의 강의를 했을 때 우는 학생도 봤다. 자신의 소중함을 알고 타인의 소중함도 느끼는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성의 소중함과 책임을 가르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송 : 청소년 성상담의 대부분이 사후 상담이다. 일이 터지고 난 다음의 ‘해결’을 위한 상담이 많다.
윤 : 계속 말했듯이 부모들이 ‘성’에 관해 ‘성 = 소중한 사랑 & 책임’으로 아이가 영상물을 보고 배우기전에 가르치라고 다시 한번 당부하고 싶다.
이 : 동감이다. 성교육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성교육은 ‘성장교육’이고 올바르게 성장 할 수 있도록 거름이 되는 교육이다. 나무에 비료를 주면 튼튼히 잘 자랄수 있는 것처럼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소중하고 건강한 어른이 되길 바란다면 지금 이순간 아이의 손을 잡아주자.

최영석 기자  bluepen@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