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한창이던 이달 초 개성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불과 70여km 너머에 있는 곳이지만 훨씬 춥게 느껴진 것은 발가벗은 산과 우리 속에 남아 있는 마음의 거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선 하나 차이인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니 생각을 다져 먹어도 그 거리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출근 시간이고 두 번이나 수속절차를 밟는 경과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두 시간이 채 못 되어 개성공단에 도착하였고, 공단은 북측 (개성공단에서는 상대방을 남측과 북측으로 말해야 한다) 검색사무소와 불과 5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손길이 남측에 의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종 개발 면적은 약 1000만평인데 개성시의 면적이 약 450만평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사업임에 틀림없으며, 현재에는 15개 기업이 시범단지 2.8만평에서 가동 중에 있었습니다.
13,000여명의 북측 근로자와 800여명의 우리 측 인원들이 함께 일하는 이 지역의 공식 명칭은 개성공업지구이며 관리위원회는 북한으로부터 행정권을 위임받아 전체 지구의 사업과 지역을 관리합니다.
위원장은 남측 사람이고 북측의 여러 기관에서 파견된 사람들이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공단을 지원하는 일종의 본부지역에는 은행, 마트, 병원, 한전, 소방대 등이 있었고, 한결같이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안내하고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소방대에서는 우리 남측 소방대원과 같은 복장을 하고 북한 말투로 ‘화재와 전투를...’하며 소방대를 소개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행복하게 보였고, 이 공업지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양측의 의사들에 함께 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산부인과 의사는 북한 의사였는데 북한 여성근로자가 많은 까닭이었습니다.
처음 이곳에서 제품을 생산한 것이 3년 전 겨울이었고, 입주기업들이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지는 일이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생산성은 현지 회사가 동남아나 남미 근로자 수준을 이미 추월하였고 중국과 근접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한 의류사업체를 방문하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서너 명의 남측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 북측 근로자들이었고, 일부는 사무실에서 관리업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업체의 대표는 앞으로 모든 일을 북측 사람들에게 맡길 예정이라 하였고, 신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임금은 월 65불 (약 60,000원) 이지만 생산금액은 남측에서의 약 절반 정도라 합니다.
향후 물류와 관리비용이 크게 줄 것을 생각한다며 우리 중소기업의 활로를 이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함께 일하며 신뢰하는 그들에게서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이런 우리의 생각에 북측에서 파견된 관리들도 스스럼없이 동의하였습니다.
최영석 기자 news@woorian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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