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동 63블럭. 최근 인근에 서안산IC가 개설되면서 안산의 관문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특히 ‘신길온천역’을 역세권으로 두고 있지만 온천개발이 늦어지면서 이른바 ‘이름뿐인 온천마을’이라는 딱지가 붙은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온천개발권을 둘러싼 법정다툼마저 장기화되면서 공동주택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장기 표류하는 바람에 안산의 새로운 ‘슬럼가’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천개발사업 장기 표류= 전철 4호선 ‘신길온천역’이라는 명칭이 붙은 신길동 63블럭. 지난 1993년 주변에서 하루 75t의 온천수가 발견되자 당시 안산시는 111억원을 주고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이 일대 토지 5만600㎡를 매입했다. 하지만 2000년 12월 감사원이 온천개발사업을 중지하고 주택단지를 조성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지금까지 온천개발사업이 장기 표류중이다.

특히 온천개발권을 사전에 매입했다며 해당 토지의 수의분양을 요구하며 온천개발부지에 대해 행위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일부 민원인과의 법정다툼까지 번지면서 신길동 63블럭은 수년째 잡초만 무성한 나대지로 전락한 상태다.

주택단지 조성사업도 위기= 이 때문에 안산시가 대한주택공사와 추진중인 이 지역 국민임대주택 건설사업도 위기에 봉착했다. 시는 이 일대에 975세대(임대 6 일반분양 4) 규모의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4만1천848㎡의 부지를 약 324억원에 주공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온천개발권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장기화되면서 신길동 63블럭 개발이 수년째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 아직 1심 판결도 채 나오지 않아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최종 판결까지 장기 지연되거나 법원의 판단여부에 따라서는 주공이 부지매입을 포기할 개연성도 적지않다. 또 이 과정에서 부지 활용에 손도 대지 못하는 안산시로서는 재정적, 행정적 손실도 막대할 수 밖에 없다.

개발지연 ‘슬럼화’ 우려 커= 안산시는 지난 2004년 신길온천역 주변 5만600㎡에 대한 도시계획을 자연녹지지역에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주변 역세권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온천개발권 다툼에 휩싸이면서 공동주택건설이 장기 표류하는 사이 역세권 주변 주거지역엔 최근까지 약 1천여세대(추산)의 다세대주택이 들어섰지만 역세권 개발과 연계가 안되다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택단지부지 옆 근린생활시설 부지(예정) 역시 법원판결 전까지는 이렇다할 개발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신길온천역 앞에 유료주차장을 만든 철도공사가 주차료(1일 3천원)를 인근 안산역(2천원)보다 높게 책정해 이용을 기피한 불법주차 차량으로 주변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고, 다세대주택에 입주하는 외국인근로자가 크게 늘면서 각종 범죄발생 등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 일대가 ‘슬럼화’나락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 적극적 개발행정 나서야= 비록 법정다툼으로 인해 행정력을 쏟기가 쉽지는 않더라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에는 비판이 거세다. 안산시의회 김명연 의회행정위원장(원곡본동,원곡1·2동,선부1·2동)은 “신길온천 관련 소송문제도 있겠지만 이 일대를 어떻게 개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시가 너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신길동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해소하려면 향후 역세권 개발을 염두에 두고 시가 근린생활부지로 잠정 분류해 놓은 신길온천역 앞 9천여㎡ 부지에 대한 개발방안 마련을 능동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소송 결과를 보고 역세권 개발안을 마련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 우선 근린생활 예정부지라도 역세권과 연계해 어떤 방향으로 개발해 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길동 63블럭 개발이 장기 지연되면 생활권역 불편이 가중돼 조만간 민민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시 재정을 늘리고 균형적인 지역개발을 위해선 비록 소송이 진행중이더라도 개발방안 마련에 대한 적극적 행정이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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