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나 허리둘레의 센치는 이제 재보지 않아도 알수 있어요. 옷의 가격요? 원단만 봐도 알 수 있죠”
1982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양복점에서 근무하다가 안산으로 이사와 원곡동에서 25년째 런던양복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학춘(53·사진)대표.

19살때부터 ‘옷 만들기’를 시작해 올해로 33년째다. 오랜 세월 한 길을 걸어온데 대해, 처음 시작과 과정이 궁금해 물으니 흔히 듣는 ‘고뇌’와 ‘열정’ 대신 “배고픈 시절 촉망받는 직업이었고, 내 길이라 생각해선지 슬럼프는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안산에서 이름난 멋쟁이들이 단골 고객으로 찾아줄 때 가장 뿌듯하다는 걸 보면 창작인으로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엿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기성복이 없었잖아요. 대부분 맞춤복이었고... 당시에는 보통 회사에 취직하는 것보다 인정받는 직업이었어요. 또 꾸준히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있어 현재까지 이어졌구요. 인연(因緣)인 것 같아요. 옷도 고객님들과도…”

런던양복점은 고정고객과 ‘명품양복점’으로, 기성복 매장과 같은 손님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터뷰 날에도 점퍼를 맞춘 고객이 옷을 찾으러 왔다가 다른 디자인으로 한개 더 주문하고 돌아갔다.
“기성복을 입을 수 없는 분들이 계세요. 가령 아주 체구가 크시거나, 작으신 분들요. 그런 분들의 옷을 만들 때 직업에 대한 만족감과 제가 세상에 필요한 사람인 것 같아 행복합니다.”

그는 맞춤복이 멋 뿐만 아닌 ‘의복’으로의 역할을 한다며 의류시장에 맞춤복 분야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정보다 인내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라며 후배들에게 신중한 선택을 할 것을 당부했다.

“이탈리아의 명품 옷에는 그 만에 스타일이 있잖아요. 100년이 지나도 고유의 멋으로 세련되고 언제나 입으면 편안함을 주는, 그래서 그 옷을 고집하게 만드는…”

“제가 만든 옷도 그렇게 평가받고 싶어요. ‘런던양복점 맞춤복’ 하면 ‘아~ 참 좋지’ 할 수 있는 그런 옷이요” ‘장인(匠人)’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학춘 대표의 마지막 말이었다.

김미연 기자  bluepe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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