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남을 돕는데 헌신적이셨어요. 어린 시절 집은 동네에서 ‘작은학교’라고 불렸죠. 배우고자 하는데 학비가 없어 배우지 못하는 학생들은 언제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하셨어요. 그때를 잊을 수 없어요. 집에 들어서면 마루에 한가득 책이 있었던 모습이 생생해요. 월남장(月南章) 제정도 부모님의 영향이 컸죠”

40년 전 천막을 마련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한국최초 노인학교를 설립했던 올해 고희를 맞은 박규채(사진·한성디지털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선생이 97번째 월남장(月南章의)의 주인공이 됐다.

TV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닌 사회봉사가로서의 삶을 묻자 그는 “부모님의 영향이었다”고 말한다.

월남장은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1850~1927) 선생의 뜻과 사회 원로들의 노고를 알리기 위해 박규채 선생님 1977년 제정한 상으로 최초 수상자 문학박사 최은희씨 이후 31년간 꾸준히 이어져왔다.

“내가 제정한 상을 받는다는 것이 쑥스럽잖아요. 계속 사양했는데, 월남장 증정위원회에서 누구보다 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상을 거부하면 어떻하냐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몇 번을 사양하다 받게 됐죠”

박규채 선생은 올해로 월남장 증정위원회를 떠난다. “이제는 다른 이들이 맡아야 할 때”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래서 월남장증정위원회는 97번째 월남장 주인공에 그를 선택했다.

‘올바른 삶을 살며, 젊은층들의 모범이 되는 사람’. 하지만 이혼이나 가정의 불화가 없는 전 세계 원로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에 ‘그’가 제격이란 것이 증정위원회의 설명이다.

박 선생은 젊은시절부터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최초노인학교 설립과 한국TV방송연기자협회 회장, 영화진흥공사 사장, 한국사회교육협의회 회장, 한국 평생교육복지진흥회회장 등을 지내왔다. 또한 동국대, 한남대, 한성디지털대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70년대에는 지금처럼 노인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었어요. 모두들 주부대학이나 청소년학교에 관심을 갖지 그러냐고 말했었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했던 사람들을 소홀히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죠. 차가운 시선 속엔 언제나 가족이 있었고, 그 힘이 오늘까지 이어지게 했어요”

그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가정의 화목이 우선되야 올바른 사회가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까지 해 온 일들에 대해 “나 혼자가 아닌 우리 가족 모두가 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회가 바르게 나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나와 우리 가족의 뜻이니까요”

김미연 기자  bluepen@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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