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손에서 ‘가위’를 놓지 않았던 김민(42·사진)씨는 요즘 들뜬 새내기 대학생 같다. 호기심에 반짝이는 눈빛이며 입술 언저리에 까르르 흐르는 미소가 영낙없는 20대 청춘이다. 안산 미용업계에서 ‘김민 헤어매직’이라는 브랜드로 꽤나 유명세를 타는 그를 안산공과대학 사회과학관에서 만났다. 교수 연구실이 늘어선 4층 복도를 걷다 ‘김민 교수’라는 이름표가 박힌 연구실 앞에 순간 발길이 멈춘다.

20년 동안 ‘가위질’을 해온 그가 대학교수가 됐다. 안산공대 뷰티디자인과 전임교수에 임용돼 이번 학기부터 강단에 서고 있다. 헤어뷰티 과목 강의를 맡은 김 교수는 미용분야 만큼은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실력과 경력을 갖고 있다.

맨손으로 시작해 안산에서만 매장을 세 곳으로 늘린 것도 그렇지만 더욱 빛나보이는 것은 자신을 매몰차게 다그치며 헤어뷰티 분야에서 쌓아가는 학문적 실력이다. 이미 2002년부터 올 2월까지 6년 동안 안산1대학 뷰티아트과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고 지난해엔 한성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헤어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올해부터는 시간을 쪼개 원광대에서 뷰티디자인 전공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남자가 뭣하러 ‘가위손’이 되려 하느냐’는 차가운 시선과 ‘눈앞이 캄캄해지는 배고픔’을 겪으면서도 미용업계 최고 실력자가 되겠다던 20여년 전 스스로의 다짐을 지금껏 한 번도 내려놓지 않고 있다.

3월부터 안산공대 강단에 선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 친근하고 격의없는 ‘인생 선배’가 되고 싶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안산1대학 강단에 섰던 것이 특유의 친화력을 키워냈다. 김 교수는 “헤어뷰티는 단순히 머리를 만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구현하는 장르”라며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인성이 바른 후학을 길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미용실을 키울 때와 전임교수로 강단에 선 지금은 설렘의 크기와 감동이 달라요. 프로정신과 실력을 갖춘 전문인을 키워내는 책임을 떠맡았잖아요. 제자들에게 성공의 길잡이가 되고 학교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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