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갑, 17대 총선 결과는 어땠을까?
단원 갑 선거구. 잠시 2004년 17대 총선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단원 갑 유권자 수 97,039명, 투표자 수 55,816명. 결과는? 우리당 천정배후보가 32,094표(58.2%)를 얻어 한나라당 정웅교 후보(17,537표 획득)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작년 대선은 어땠을까? 단원구 전체 유권자 수 236,970명, 투표자 수는 134, 675명. 결과는 이명박 후보 61,105표, 정동영 후보 38,367표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원 갑은 경기도에서 양 후보 간의 표 차이가 가장 적은 지역이었다. 대선에서도 선전한 셈이다. 3선 의원으로서 천후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애정과 신뢰가 두텁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 24일 안산시민신문에서 안산지역 4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숨차다. 후보 간 가상대결에서 천후보 39.2%, 한나라당 허숭 후보 34.1%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뚜렷한 지역쟁점이 없는 가운데 경제를 살리자는 안정론이 허후보에게 버팀목이 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한나라당 지지율이 4개 선거구 모두 10~20% 높다는 것도 허후보의 추격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박미진후보는 5.0%.
천정배의 '도전'은 계속될 것인가
단원 갑의 총선 풍향계는 3선의 천후보가 4선에 무난히 입성할 것인지, 여기에 맞서 허후보가 어느 정도 선전할 것 인가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신인 허후보가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 지역 정가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는 천후보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안산과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재기할 수 있을지 여부에 있다. 지난 대선에서 결국 ‘잠룡’으로 수명을 다한 정치 비전과 정치력을 이번 총선을 계기로 복원해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정치 개혁을 기치로 창당한 열린우리당 실험 실패와 참여정부 국정운영 실패에 따른 꼬리표를 잘라내고 민주개혁세력의 지도자로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 걸출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런 면에서, 현실 정치인 중 보기 드물게 자기 정체성과 원칙이 분명한 합리주의자인 반면 ‘국민의 속살’을 너끈히 품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선이 굵지 못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가‘귀를 열어 놓고 있다’고 한 것처럼, 2% 부족을 채우기 위한 도전과 혁신의 여정이 어떤 꽃을 피울지 초미의 관전 포인트다.
매서운 '추격자' 허숭
호남출신으로 학생운동을 하고 한때 민중당에 몸을 담고 진보운동을 한 허후보. 김문수지사와의 인연으로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지난 총선에서 손학규 전지사가 경기도에 출마시킨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한 전례와 비교해 ‘김지사의 사람들’이 어떤 성적을 낼지 관심거리다. ‘안산성공시대’를 열겠다는 허후보의 당찬 포부에는 CEO로서의 경험과 10년 넘게 김지사를 보좌한 정책통으로서의 자신감이 베어난다. 그에 비해 반월공단 육성과 신안산선 유치, 지역구 뉴타운 건설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건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차별화된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또 ‘의정활동’의 ‘실행계획’에서 요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남은 선거운동기간 동안 요동치는 총선 지형에 따라 부침을 거듭 할 수밖에 없는 정치신인이라는 점은, 비교적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천후보와의 일전에서 뒷심을 요구한다. 결국 안정이냐 견제냐는 전국적 바람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에 따라 허후보의 당돌한(?) 추격이 성공으로 결실을 맺을지, 실험으로 끝날지 결판날 것이다.
진보의 새싹은 봄을 맞을 것인가
노조위원장에서 민주노총 사무처장을 거쳐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보건의료와 여성문제에 남다른 활약을 보여준 박미진후보. 진보진영의 대항마로서 천후보를 대적하기엔 함량이 떨어진다. 진보양당의 총선 과제가 ‘진보의 가치’를 ‘생활 속’의 가치로 녹여 생활상의 정치를 구현하는 시발점을 구축하는 만큼, 박후보의 총선 전략은 일하는 생활인들의 삶의 현장에서 ‘발품’을 확대하는데 있다. 진보의 분화로 모진 시련을 겪은 뒤 끝에서 진보의 새싹은 봄을 맞을 수 있을 것인가.
단원 갑의 눈
단원 갑을 뒤흔드는 쟁점은 없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길거리는 연일 스피커로 꽝꽝거린다. 유권자의 눈 길 한 번 끌기가, 악수 한번 하기가 쉽지 않다. 심드렁하다. 그래도 곁눈질로 살핀다. ‘고단한 생활’과 ‘앞날의 불투명’을 시원하게 해갈해 줄 수 있는 봄비를 기다리듯이 속으로는 부지런히 셈법을 한다. 천정배의 수성일지 허숭의 반전 드라마 연출일지,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4개 지역구에 파열음이 날지, 리딩 지역구인 단원 갑 유권자들의 ‘표심’이 중요한 까닭이다.
열린시민교육센터 안산아침논단 박호열사무국장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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