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남단 마라도에서 최북단 민통선 마을까지 전국 어린이 5만명의 꿈을 담은 그림들을 모은 초대형 벽화가 제작돼 안산 경기도미술관 내부 벽면에 영구 설치된다.

경기도미술관은 백남준 이후 한국이 낳은 세계적 설치작가로 뉴욕에서 활동중인 설치 미술가 강익중(47·사진)씨가 전국 5만명의 어린이 그림을 가로 64m, 세로 14m 크기의 벽화로 만들어 9월중 1, 2층 통로 벽면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만의 창, 미래의 벽’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강씨의 작품을 구입한 미술관이 대금을 주려 하자, 강씨가 어린이들을 위한 뜻 깊은 프로그램에 써달라며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강씨는 “최남단 마라도에서 최북단 민통선 마을까지 전국 어린이 5만명이 만들어 내는 ‘꿈의 저장소’를 만들고 싶었다”며 “경기도미술관에 이를 설치하는 것은 안산이 많은 이주 노동자가 모여 사는 지역이어서 서로의 벽을 허물고 소통과 대화의 통로를 만드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달 27일 전교생이 3명인 마라도의 초등학교를 방문한데 이어 안산 코시안의 집, 민통선과 가까운 대성동 초교 등을 잇따라 방문해 이들이 그린 그림을 받는 등 이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꿈이 담긴 소형(7.62×7.62cm) 그림 5만개가 다 모아지면 액체 플라스틱을 붓고 자신이 밑 그림을 그린 그림 위에 하나씩 붙여 벽화를 제작하게 되는데 미술관은 벽화 설치가 끝나는 오는 9월 7일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벽화 앞에는 높게 걸린 그림까지 자세히 볼 수 있게 유료 망원경도 설치하는데 망원경 이용료는 전액 외국인 근로자나 도서산간 어린이의 문화예술 교육을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강씨는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뒤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장과 세계 각국의 어린이 병원 등에 어린이 그림을 모은 벽화 설치 작업을 주도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작년 말 광화문 복원현장의 가림막에 달항아리와 인왕산 등으로 광화문을 형상화한 작품을 설치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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